"지역 발전 필요" "자연 풍광 훼손" 해운대 미포 매립 논란 '확산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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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청이 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해운대구 미포항과 미포 앞바다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청이 미포 앞바다를 매립해 관광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본보 9일 자 1면 보도)이 알려지자 이 지역 상인, 환경단체 등 각계에서 즉각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구청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여론 수렴 과정은 물론 매립을 위한 지난한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쉽지 않은 사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상권 활성화 vs 환경 파괴

상인들 개발 소식 반색   
환경단체는 반대 확고  

여론수렴 등 산넘어 산인데  
용역 결과 공개조차 거부  
"밀실행정 전형" 도마 올라


9일 미포 매립 관련 본보 보도 후 상인들은 대체적으로 개발 계획을 반겼다. 상인들은 미포에서 한국콘도가 사라진 이후 상권이 내리막을 걸어왔고, 낙후된 어항과 열악한 도로 사정이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는 판단 아래 미포 개발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 모(43) 씨는 "매립지에 관광시설을 유치해 관광객들이 몰린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이곳 상인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 중 세입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상인 정 모(51) 씨는 "지주나 건물주는 재산가치가 올라가니 득을 보겠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 상승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 입장은 확고하다. 미포 연안의 갯바위와 청사포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매립을 통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해운대해수욕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1980년대 수영만 매립지(현 마린시티)가 조성된 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모래가 대량 유실됐다고 지적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매립지가 생기면 새로운 해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해수욕장도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해운대구청 밀실행정 여전

미포 앞바다를 매립한다는 소문은 미포에서 어느 정도 퍼져 있는 상태였다. 이 와중에 해운대구청은 지난해 12월 18일 구청 중회의실에서 미포 개발 용역 완료 보고회를 열었다. 구청은 취재진의 용역 보고서 제출 요청을 거부했고, 정보공개청구까지도 비공개로 결정했다.

본보가 다른 경로를 통해 보고서를 입수하지 않았다면 용역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포의 해안선을 바꾸는 중요한 사업을 계획해 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해운대구청 행태를 놓고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청의 밀실행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주민 동의 없이 달맞이고개에 버스 베이를 추진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을 접어야 했다. 또 송정 죽도공원에는 주차타워를 지으려 했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모두 구청이 일방적인 행정을 벌이다 제동이 걸린 사례들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계획안에는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용역 보고서를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 김주연(36) 씨는 "구청이 해운대의 지도를 바꾸는 거대한 사업을 비밀리에 진행하는 게 21세기에 맞는 행정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미포 관광단지, 계획대로 될까

해운대구청이 계획안대로 미포 앞바다를 매립하려면 부산시와의 협의를 거쳐 해양수산부에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이하 매립계획)' 반영을 요청해야 한다. 사실 미포 앞바다는 1991년에 해수부의 매립계획에 반영됐고, 2001년까지 매립계획이 두 차례 변경됐지만 5년 내 실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됐다.

해운대구청과 부산시가 해수부에 매립계획 반영을 다시 요청할 경우 해수부는 중앙연안관리심의회를 거친 뒤 매립계획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매립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환경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회를 구성한 뒤 다시 심의회를 개최한다. 이어 지자체가 계획 초안을 작성하고 시민 공고·공람을 거친 후 매립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같은 절차를 밟기까지 많게는 2년가량 소요된다.

일부에서는 사업 과정에서 매립지 용도가 업자들의 개발 이익에 맞춰 변경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주고, 사업자는 주거시설을 짓는 등 미포 매립지를 '제2의 마린시티'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상진(47) 씨는 "구청이 민간 투자 유치에만 몰두한 나머지 공익성을 내팽개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면서도 "사업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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