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과 함께하면 모두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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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도장 / 권윤덕

1948년 제주 4·3 사건 이후 경찰과 군인들은 동굴 안에 숨어 있던 민간인들을 찾아내 무자비하게 총격을 가한다. 평화를품은책 제공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이 있고 해녀들이 바다에서 생선과 조개를 잡아 오는 곳. 천지연폭포, 용두암, 성산 일출봉 등 훌륭한 자연경관이 많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곳. 바로 제주도다. 그러나 우리는 제주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권윤덕 작가의 '나무 도장'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 그림책이다. 권 작가는 무엇보다 그림책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은 4·3 사건을 아이부터 어른까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려 했다고 한다.

'제주 4·3사건' 다룬 그림책
민중을 빨갱이로 몰아 총살
"아픈 역사 되풀이 말자" 교훈


주인공 시리의 어머니는 제삿날에 시리를 데리고 산자락 검불을 지나 동굴로 들어간다. 어머니는 시리가 세 살 때, 그러니까 1948년 4월 3일 봉기 이후 서북청년단과 군인, 경찰이 민중을 빨갱이라며 죽였던 일을 들려준다.

굴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은 군인들이 지금 나오면 살려준다고 해서 나오지만, 결국 총에 맞아 모두 죽는다. 외삼촌은 그때 굴에 있던 어린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어머니와 함께 가서 그 아이를 데려오는데, 그게 바로 시리 너라고 얘기해준다.

동굴과 총살 이야기는 권 작가가 2년 전 제주도 현장을 살펴보고 증언집에서 찾았던 내용을 토대로 한다. 

권 작가는 "증언집에는 경찰도 다 같은 동네 사람이다 보니 총을 비켜 쏘거나, 확인 사살 안 하는 등 모르는 척 지나가 생명을 살린 사람도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며 "이야기의 배경이 된 '빌레못굴의 어둠 속에서'란 증언집에는 경찰이 아이를 포함한 23명을 모두 죽여 버렸다고 나와 있지만, 그래도 아기를 보았다면 살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그림책에서는 아기를 살리는 얘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얼마든지 빨갱이로 낙인찍어 죽일 수 있었던 우리의 과거사는 지금도 계속된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전쟁의 학살뿐만 아니라 학교나 모임 등 작은 곳에서도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나쁘게 얘기하고, 제거해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알아야 모두 다 행복해질 수 있으며, 그것이 용납되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이 책이 우리 역사를 고발하기보다는 우리가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암울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마음을 열고 공감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이 만드는 사회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겁니다." 권윤덕 지음/평화를품은책/60쪽/1만 6천800원.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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