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개통 명의 빌려줬더니…" 돌아온 건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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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대학생 진 모(20) 씨는 지난해 여름 휴학한 뒤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이듬해 1월로 예정된 입대를 앞두고 용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연락이 닿은 한 고교 동창이 "네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면, 돈을 벌 수 있다"며 진 씨를 꼬드겼다.

진 씨는 친구를 통해서 문 모(21) 씨를 소개 받았다. 문 씨는 진 씨를 데리고 부산 해운대구의 휴대전화 대리점 3곳을 들러 진 씨 명의로 최신형 휴대전화 4대를 개통했다. 단말깃값과 휴대전화 사용 요금은 진 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가게 했다. 문 씨는 "3개월 뒤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청구된 요금은 모두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진 씨는 이렇게 개통한 휴대전화를 모두 문 씨에게 건네줬다.

알바 구하던 입대 예정자들
"최고 10만 원" 유혹에 속아
1인당 수백만 원 피해
신고 못 하게 협박도 받아

수천만 원 챙긴 20대 영장


다음 달부터 진 씨의 통장에서 휴대전화 요금이 대거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진 씨가 문 씨를 찾았지만, 연락이 끊긴 뒤였다. 밀린 휴대전화 값을 막기 위해서 막노동판을 돌며 돈을 벌어도 역부족이었다.

진 씨는 결국 입대 하루 전에 어머니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미 그의 앞으로 휴대전화 연체 요금이 수백만 원까지 불어난 상황이었다. 진 씨와 같은 피해자만 전국에 20명이 넘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입대를 앞둔 또래 대학생을 상대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이를 팔아넘겨 수천만 원 상당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사기)로 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문 씨는 지난해 1월부터 1년여 동안 입대 예정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1인당 3~4대씩 개통하게 하고, 대당 3만~10만 원가량 돌려준다고 속였다. 단말깃값과 청구 요금 역시 모두 주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문 씨는 이렇게 명의를 빌려 개통한 휴대전화를 대당 40만~50만 원씩 받고 인터넷 직거래 등으로 모두 되팔아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 하게 문 씨가 이들을 협박한 정황도 파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 씨는 훈련소에 입소하면 수개월에서 최소 2년가량 경찰 조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피해자는 모두 입대하기 전까지 용돈을 벌고자 했던 20대 초반 남성이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모두 자신의 신분증으로 직접 휴대전화 가입을 했기 때문에 피해 금액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정경찰서 성정규 수사과장은 "피해자 본인이 직접 대리점에 가서 본인 명의로 개통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휴대전화는 개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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