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탐방] 12. KTE 한국검사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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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0% 폭풍 성장 '비파괴검사' 신성

한국검사엔지니어링의 김윤길 대표가 비파괴검사의 원리와 시험검사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 제작팀이 부산의 비파괴검사 전문업체인 KTE 한국검사엔지니어링㈜(부산 사하구 하신번영로)을 찾아왔다. 제주에서 '눈물 흘리는 돌'이라 불리는 꽃병 크기의 현무암을 공수해온 이들은 움푹 파인 돌의 윗부분에 물을 담아 놓으면 물이 저절로 흘러내리는 미스터리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윤길(48) 대표는 방사선투과 시험과 초음파 탐상 검사로 돌 내부를 투시해 분석한 끝에 이같은 현상의 원인이 돌 자체의 균열이나 구조 때문이 아니라 흡수력이 뛰어난 특유의 표면 조직 때문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한국검사엔지니어링은 이제 갓 6년 차를 맞는 신생업체다. 방송사 측이 업력 30~40년이 넘는 쟁쟁한 업체들을 젖혀두고 수소문 끝에 조사를 의뢰한 것은 동종 업계 최고라 평가받는 이 회사의 기술력과 위상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조선·기계·발전 등 부품
원형 파괴 없이 상태 진단
6년 신생업체 불구 급성장

현대중공업·GE에너지 등
국내외 150여 개사와 계약
지난해 매출 110억 원 돌파
"5년 내 업계 최고 목표"


비파괴검사는 재료나 제품의 물리적 현상을 이용해 제품 원형을 파괴하지 않고 성질, 상태, 내부구조, 결함 여부 등을 알아내는 검사 기법이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뼈나 장기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것처럼 조선, 해양플랜트, 기계부품, 발전설비, 산업구조물 등 산업 분야 전반에서 제품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비파괴검사는 '산업계의 의사'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검사엔지니어링은 비파괴검사를 기반으로 선주 감독 파견, 용접 컨설팅, 기술 교육, 검사원 자격 인증, 검사 장비 개발 및 판매 등 품질 검사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사선 투과, 초음파 탐상, 자기 탐상, 침투 탐상, 와전류 탐상 등 12가지의 검사 기술을 적용한다. 기업 부설 연구소에서는 기존 방사선 검사를 대체할 PAUT(위상배열 초음파검사법) 현장 적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김 대표는 1987년 비파괴검사에 입문해 현장 검사와 품질 안전, 기획 등 축적된 실무 경험을 토대로 2011년 회사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3명이던 직원은 5년 만에 180여 명으로 늘어났고, 전국 15곳에 출장소를 두고 사우디와 중국에 해외 지사 설립을 검토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매년 40%에 이르는 급성장의 배경으로 김 대표는 '바른길이 빠른 길'이라는 정도 경영을 첫손에 꼽았다.

비파괴검사처럼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들은 발주처로부터 검사 용역비를 받기 때문에 발주처의 입맛에 맞게 성적서를 발급해주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 쉽다.

김 대표는 "당장의 이익에 매몰돼 하자를 덮고 넘어간다면 결국 부실로 이어져 법적 분쟁은 물론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원리원칙에 따라 중립적 위치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수행해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반이 취약하던 설립 초기 그는 소위 돈이 안 되는 까다로운 업무만 도맡아 처리하면서 거래업체와 신뢰 관계를 쌓았다. 이렇게 축적된 신뢰가 회사의 자산이 되면서 별도의 영업부서 없이도 계약이 쏟아져 들어왔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물론 GE에너지, 지멘스 등 세계 유수 기업들까지 손을 내밀었다. 현재 국내외 150여 개사와 계약을 맺고 독자적인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도시가스 배관, 발전 설비, 일반 기계 등으로 거래선을 다변화한 끝에 유례없는 조선업 불황 속에도 지난해 11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검사엔지니어링은 올해 기술표준원으로부터 KOLAS(한국인증기구) 인증을 취득, 비파괴 공인시험기관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뒤 5년 내 국내 최대 회사로 우뚝 선다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질주 중이다.

김 대표는 "부산을 비롯해 동남권에 비파괴검사 시장 수요의 70%가 몰려 있지만, 관련 기술 개발과 인력을 양성할 센터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시설물 안전과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중요 업무로서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인식 제고와 투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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