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액 재판 절반, 조정·화해로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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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버스 뒷바퀴에 깔려 다친 뒤 버스회사로부터 치료비를 배상 받았다. 그런데 수사 결과 기사의 운전 과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학생이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쳐 넘어졌던 것. 버스공제조합은 다친 학생을 대상으로 그동안 지불한 치료비를 돌려 달라고 소송을 냈다. 학생은 앞으로도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부산지법에 제기됐던 이 소액 민사소송에서 재판부는 판결 대신 조정 결정을 내렸다. 버스회사는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그간의 치료비를 돌려받지 않고, 학생도 추가 치료비를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법원, 2천만 원 미만 소송
지난해 실질조정률 47.6%
전국 지법 평균보다 배 높아
조정 기법·위원 전문성 덕분


부산지법에서 떼인 돈이나 치료비, 배상금처럼 서민생활과 밀접한 소액 민사소송이 조정이나 화해로 종결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부산지법에서 처리된 민사 소액사건의 실질조정·화해율이 47.6%로, 전년도보다 8.7%포인트 올랐다고 8일 밝혔다. 두 건 중 한 건은 재판이 아니라 조정이나 화해로 끝난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지법 평균인 28.6%에 비해 배 가까이 높다. 부산지법 내에서도 이 비율은 2012년 30.7%, 2013년 36.8%, 2014년 38.9%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소액 사건은 소송 가액이 2천만 원 이하인 사건으로 대여금, 교통사고 치료비, 손해배상금 소송 등이 해당한다. 부산지법 강민구 법원장은 "소액 민사소송은 시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사건으로, 법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며 "부산지법의 소액 사건 조정·화해율이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것은 재판부의 조정기법과 조정위원들의 전문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정·화해는 화해권고, 조정 성립, 강제조정확정으로 나뉜다. 형사 사건에서는 조정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소액 민사소송에서는 수 개월씩 기다리며 소송비를 들이는 재판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빨리 분쟁을 끝낼 수 있어 당사자의 만족도가 높다.

부산지법 민사소액단독 손주희 판사는 "지역의 각 전문 분야에 속한 외부 조정위원이 딱딱한 법정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의 조정실에서 당사자들의 사정을 공감하고 중재하기 때문에 분쟁 당사자들이 조정에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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