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청년] 취업 압박에 삶 포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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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부산 4년제 대학 졸업생 A(27) 씨가 1년간의 구직활동에 실패한 뒤 취업 압박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지난달 2일에는 부산의 4년제 대학 인문대를 휴학 중이던 여대생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세상을 등졌고, 지난해 8월에는 부산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4년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지만 취직에 실패한 33세 졸업생이 투신했다. 지난해 3월에는 3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33세 졸업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달 27세 졸업생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끝내 생을 포기했다.

구직 실패 대학 졸업생 등
최근 잇따라 극단적 선택

끝이 안 보이는 고용절벽
'대학 7학년' '화석선배'…
자조 섞인 신조어만 늘어


졸업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부산지역 '대학 7학년(대학 4년+스펙 준비를 위한 졸업유예 2년+졸업 후 구직 1년)'들은 이 같은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부산 4년제 대학을 1년 전 졸업한 B(28) 씨는 아직 취업하지 못해 눈치를 보며 학교 도서관을 방황하고 있다. B 씨는 "08학번인데 학교에 가면 후배들 만나기가 창피하다"고 말했다.

B 씨는 취업이 되지 못해 학교를 전전하는 졸업생, 졸업유예자가 늘며 생겨난 신조어인 '화석선배류'다. 보통 09학번을 '빗살무늬 토기 선배', 08학번을 '화석 선배', 07학번을 '암모나이트 선배' 등으로 부른다.

후배의 시선을 피해 몰리는 곳은 독서실이다.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독서실은 50명 정원 중 50% 정도가 대학생, 일반인이다. 부산 4년제 대학을 1년 전 졸업한 C(27·여) 씨는 "학교 인근이 스터디를 하거나 취업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하지만 학교에 가기가 겁나 졸업자들끼리 모이는 스터디를 찾아 가입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직인 '대학 7학년'들에게 월 10만~15만 원의 독서실비도 부담이다. 학교는 그나마 컴퓨터, 신문, 서적, 스터디룸 등 취업준비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이지만 독서실은 그렇지 않아 부대비용까지 한 달에 3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 그래도 C 씨는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재력과 1년간 놀아도 아무렇지 않은 뻔뻔함을 갖춘 '갓수(god+백수)'라며 자조한다.

'갓수'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 7학년'들은 아르바이트라도 해 미래에 투자할 비용을 벌어야 한다.

구직 실패와 재도전을 반복하며 1년을 투자한 학생들은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더라도 '텅 빈 1년'이 표적이 된다. 지난해 대기업 공채 최종면접에서 두 차례 낙방한 D(29) 씨는 "두 번의 면접에서 첫 질문이 '졸업한지가 꽤 됐네요'였다"고 푸념했다. D 씨는 1년간 구직을 하지 못한 변명만 늘어놓다 발언 기회를 모두 날렸다.

부산청년포럼 박진명 사무국장은 "긴 취업준비 기간 동안 노력해 스펙을 갖춘 '대학 7학년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다 보니 청년들의 자괴감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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