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대학 동아리, 스펙에 밀리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때 낭만적인 대학생활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동아리가 위기를 맞고 있다. 스펙 쌓기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기 일쑤고, 친목활동에 시간 뺏기기 싫다며 탈퇴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동아리의 빈 공간은 학회나 소규모 스터디로 채워지거나 SNS가 대신하는 실정이다.

각 대학 학보사는 외면받는 동아리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한때 '대학생활 낭만' 상징
학보사 등 지원율 반 토막
운동·봉사 동아리도 어려움
학회·소규모 스터디 몰려


부경대 신문의 정희주 편집국장(영어영문학과 3학년)은 "신입기자 지원율은 10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며 "그마저도 중간에 학업 등의 이유로 그만두는 학생들이 많아 현재는 7명의 부원으로 간신히 꾸려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부경대 신문은 인력난과 재정난 등을 겪으며 발행부수를 지난해 1만 부에서 올해 7천 부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한때 스무 명 가까운 인원이 활동했던 동아대 학보사의 경우도 인원이 현재 7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운동 관련 동아리도 어렵다. 부산의 한 대학 야구 동아리 감독을 지낸 이 모(27) 씨는 "6~7년 전만 해도 1군과 2군으로 나눠 게임을 할 정도로 팀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9명 맞추기에 급급하다"며 "스펙 쌓기용 대외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며 많은 학생들이 동아리를 나갔다"고 말했다.

부경대 봉사활동 동아리 '로타랙트'의 문형준 회장(전자공학과 3학년)도 "취업 관련 학회의 인기로 신입 회원이 예년의 절반인 1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2학년 때부터 취업을 고민하는 대학생들은 동아리 대신 투자와 금융, 마케팅 등 자기소개서를 채울 수 있는 학회나 소규모 스터디로 몰리고 있다.

부산대 경영사례연구학회 '카플러스'의 류시진 회장(경영학과 4학년)은 "파워포인트 발표 요령과 세미나 준비 과정 등을 배우고, 직장인 선배들과 소통하기 위해 학회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회의 정기적인 모임을 시간 낭비라 보고 2~3명씩 짝을 지어 소규모 스터디를 꾸리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학회와 소규모 스터디마저 거부하는 대학생들은 SNS를 통해 선·후배를 만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부산 시내 대부분 대학교의 이름을 단 'A대학교 대나무숲', 'B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의 계정이 운영되고 있다. 메신저로 하고 싶은 말을 보내면 운영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전달하는 식이다. 새 학기를 맞아 페이스북에는 '○○교수님 수업 어떤가요?' 등의 글이 꾸준히 실린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