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몸짓·뜻 모를 소리… '세상에 없던 공연'을 만나다
입력 : 2016-03-02 19:25:48 수정 : 2016-03-06 16:31:07
넌버벌 아카펠라 퍼포먼스 '몽키 댄스'는 지버리시, 아카펠라, 마샬 아츠 등 다양한 영역이 한데 뭉쳐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사진은 지난 1월 끼리 프로젝트가 '몽키 댄스'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장면. 끼리 프로젝트 제공"알렉세비노프 빅토르 비레타!" "포라르뜨제 깍세이 뽈랑 꽝!"
무대에 선 배우들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격렬한 몸짓을 쏟아낸다. 옆에선 또 다른 배우들이 아카펠라로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한다. 이들의 몸짓과 아카펠라는 순식간에 무대를 꽉 채운다. 2011년 창단한 극단 '끼리 프로젝트'가 마샬아츠 전문그룹 '윈즈'와 함께 내놓은 넌버벌 아카펠라 퍼포먼스 '몽키 댄스' 리허설 현장에서는,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극단 '끼리 프로젝트',마샬 아츠 '윈즈'
3~20일 한결아트홀서 '몽키 댄스'
'인간·동물은 같은 생명체' 메시지 전해

당초 뮤지컬을 염두에 두고 쓰인 몽키 댄스가 넌버벌 퍼포먼스로 바뀌었는데, 그건 2014년 6월께 내한한 한 일본의 공연팀이 언어 대신 몸짓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데 변진호(36) 끼리 프로젝트 대표가 영감을 얻으면서다. 변 대표는 스토리가 약한 넌버벌 퍼포먼스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극에서 자주 사용하는 훈련법 중 하나인 '지버리시'(알 수 없는 소리와 몸짓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기법)를 도입하기로 했다.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각 나라 언어는 각각의 특징을 살린 새로운 소리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아카펠라 공연과 2인 광대극을 접목시켰다. 변 대표는 "노래는 아카펠라, 움직임은 카포에라와 마샬 아츠, 언어는 지버리시로 다양한 영역이 한데 뭉쳤다"며 "세상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6개월여간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 한 해 동안 꼬박 작품 연습에 매달렸다. 생전 처음 접한 아카펠라를 밤새워 연습하는 것은 기본. 고난도 몸동작이 워낙 많다 보니 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연기를 맡은 끼리 프로젝트 배우와 동작을 맡은 윈즈 팀원들은 협업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했다. 기존 언어를 파괴한 새로운 소리들은 1년 내내 수정·보완 작업을 거쳤다. 러시아어를 흉내 낸 "알렉세비노프 빅토르 비레타"는 적막을 깨는 재빠른 움직임을, 광둥어에 기반을 둔 "포라르뜨제 깍세이 뽈랑 꽝"은 조용한 숲 속에 울려 퍼진다는 의미를 담은 결과물이다. 철없는 원숭이 역을 맡은 배우 이경민(25)은 "새로운 소리들은 일종의 외국어였다. 낯선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무척 힘든 작업이었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몽키 댄스는 인간과 유사한 원숭이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를 찾은 한 과학자가 원숭이 무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은 결국 같은 생명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변 대표는 "언어에 갇히지 않고 가슴으로 느끼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이번 작품으로 세계무대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끼리 프로젝트 '몽키 댄스'=3~20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4시(월요일 공연 없음) 부산 연제구 거제동 한결아트홀. 입장료 3만 원. 1588-9155.
윤여진 기자 only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