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휘둘리는 국회도서관 분관] 국회의장·부산시장 '입지 다툼'에 사업까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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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 분관 건립이 정치적인 외부변수에 휘말리면서 표류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예정지로 유력시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 부지. 정종회 기자 jjh@

국회도서관 부산분관(자료보존관) 건립사업이 정치적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분관 입지를 놓고 정의화 국회의장 측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힘 겨루기'를 계속하고 있고 부산의 지역 정치인들도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입지 확정이 늦어지자 예산 집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공원 vs 명지신도시

정 의장 "원래대로 시민공원"
서 시장 "서부산권으로 가야"
지역구 정치인들까지 '충돌'

10일까지 입지 확정 안 되면
불용 예산 발생해 사업 차질

부산분관 건립과 관련,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29일 "늦어도 3월 10일 정도에는 입지가 확정돼야 한다"며 "더 늦어질 경우 예산집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서관 측은 "3월을 넘기면 불용 예산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가 불용 예산 발생을 문제 삼아 사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올해 확보된 국회도서관 분관 건립 관련 예산은 24억 5천만 원이며 이 가운데 기본 조사용역비가 3억 5천만 원, 기본설계비가 7억 원, 실시설계비가 14억 원이다.

국회도서관 측은 운영기본계획과 건립기본계획을 위한 조사용역 기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기간, 기본·실시설계 공모기간 등을 고려하면 3월 초에 입지를 결정해도 설계 발주는 10월 이후가 돼 사업비 이월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도서관 부산분관은 당초 부산진구의 부산시민공원에 건립이 추진됐으나 부산시가 서부산 지역에 건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표류하고 있다. 부산시는 강서구 명지동을 최적의 부지로 고려하고 있으며 지난달 국회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명지가 향후 도시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최적지라는 것이 부산시의 판단"이라며 "접근성 문제는 2, 3년 내에 해결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 측은 부산분관이 부산시민공원에 건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29일 "당초 건립이 추진된 부산시민공원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자료보존 공간은 지하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시민공원에 건설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경우 분관 옆에 건설되는 부산국제아트센터의 설계에 이를 반영해야 해 시급한 사업 조정이 필요하다.

■총선 등 정치 요인으로 표류

국회도서관 부산분관 입지 갈등의 배경에는 정치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산분관의 시민공원 입지에 대해 부산시가 뒤늦게 반대하고 나선 것도 '서부산 개발'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부산의 동서불균형이 총선에서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권은 서부산 개발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부산시 서부청사 등 서부산 발전을 위한 바람몰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지역 정치인들도 부산분관 유치를 놓고 충돌하는 모습이다. 부산진갑의 현역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부산시의 명지 유치 움직임에 대해 "기재부가 사업에 반대하고 있어 지금 입지를 흔들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부산진을의 이수원 예비후보도 "부산분관은 당초 시민공원에 세우기 위해 어렵게 예산을 마련한 것"이라며 "입지를 바꾸면 예산이 불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북강서을 현역인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 측은 "2차 사업 등 확장 가능성과 향후 서부산 시대를 감안하면 명지에 부산분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치권이 갈등을 빚자 기재부가 다른 시·도까지 포함시켜 입지를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광주 등에서 예비후보들이 국회도서관 분관 유치를 총선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부산의 입지 갈등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도서관 분관 부산유치 범시민위원회 김해몽 운영위원은 "입지 문제가 더 이상 갈등으로 가면 안 된다"면서 "부산시장과 국회의장이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부산시도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한 뒤 명지와 시민공원 두 곳 중 한 곳으로 입지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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