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섣불리 가입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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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사업 추진 난항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도 조합 설립 열기가 올해까지 식을 줄 모르고 있지만, 사업 좌초에 따른 조합원들의 피해 우려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당수 지역주택조합은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하는 등 사업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 조합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해운대구청은 25일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에 따른 피해예방' 자료를 내고 현재 해운대구에서 진행 중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구청은 해운대구의 지역주택조합은 총 7곳,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3곳이지만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밝혔다. 모든 조합이 설립 인가 요건인 사업 대상지 지주 80% 이상으로부터 토지사용동의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업 추진 중인 7곳 중
 한 곳도 설립 인가 못 받아"
 해운대구, 피해예방 자료 내

 사업 무산 땐 조합원 피해
 납부한 비용 못 받을 수도


구청은 심지어 A조합이 주택건설을 위한 건축심의·사업승인을 신청하지도 않았지만, 동·호수 지정분양 홍보까지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B조합은 도시환경정비구역을 사업 대상지로 잡았는데, 정비사업조합추진위원회 해산 없이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구청은 전했다. 하지만 해당 조합들은 구청이 밝힌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무주택자나 60㎡ 이하 주택을 가진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하고, 토지를 매입해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재개발·재건축에 견줘 사업 절차가 간소하고 분양가가 낮지만, 지주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는 맹점도 있다. 이 때문에 사업추진 일정이나 사업규모가 조합설립 및 사업승인 과정에서 변경되면 조합원들의 추가 부담금 발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는 사업이 무산됐을 때 예비 조합원들이 납부한 비용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한 지역주택조합장이 조합원으로부터 거둬들인 업무대행비 수십억 원을 마케팅 비용 등으로 소진하다 사업 좌초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본보 지난해 2월 26일 자 1면 보도)을 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지역주택조합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등에 업고 계속 증가 추세다. 부산시에 따르면 2월 현재 부산의 9개 구 35곳에서 지역주택조합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2014년 말 18곳에 견줘 무려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35곳 중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곳은 11개소로 전체 추진 지역의 30%에 불과하다.

일부 지자체는 조합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관리감독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해운대구청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모델하우스의 자진철거 명령을 내리고, 단전·단수 조치까지 취할 계획이다. 또 조합원 모집과정에서 주택법 등 관련 법률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하기로 했다.

김필한 해운대구청 건축과장은 "조합원 1인당 수천만 원씩 조합에 내는데 서민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라면서 "사업이 무산된다면 결국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구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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