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사 열전]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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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에 충실한 것이 오늘을 있게 했다"

㈜삼미건설 박원양 회장은 "본업인 건설에 더 충실하고, 번 만큼 납세한 것이 삼미건설의 오늘을 만든 힘"이라며 "정직이란 경영 철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찬 기자 chan@

전국 도로망 늘리는 게 국가 과제였던 때. 건설업은 호시절이었다. 일감이 넘쳤다. 수익도 높았다. 공사하면 10~20%가 남았다. 그랬던 건설업이 이제는 맥을 못 춘다. 한국 경제 발전으로 할 일이 줄어서다. 사회간접자본이 얼추 갖춰졌으니 별수 없다.

이런데도 여전히 성장을 멈추지 않는 건설사가 있다. ㈜삼미건설이다. 작년 수주액은 1천500억 원대.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따낸 현장들이 굵직하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 1공구, 부산은행IT센터, 부산항 신항 남컨테이너 항만배후단지 3공구가 대표적이다. "올해 목표액? 작년 수준쯤 된다." 박원양 회장의 말이다.

탄탄한 자금력·기술력 바탕
성장 멈추지 않는 기업 정평
부산 토목건설업 '간판' 우뚝

1978년 태안토건으로 시작
삼림종건·㈜삼미 잇단 인수
도시철도·신항배후단지 등
지난해 수주액 1천500억대

2002년 해외로 눈 돌려
발전소 건설 등 성공신화


삼미건설은 부산 토목건축업 간판 건설사다. 주택사업에 손대지 않은 부산 종합건설사 중 대기업 계열사 한진중공업을 빼고는 시공능력평가가 부산 1위다. 10년째 그 타이틀을 보유 중이다. 자금력도 탄탄하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기업데이터 평가로 A0 등급이다. 채무 상환능력에 문제없다는 뜻이다. 이 등급을 가진 건설사가 부산에 몇 안 된다.

삼미건설의 모태는 1978년에 세운 ㈜태안토건이다. 전문건설사였다. 종합건설업에 뛰어든 건 1982년 삼림종합건설을 인수하면서다. 그러다 2003년 ㈜삼미를 사들였고 삼미건설이 탄생했다.

박 회장이 건설업과 연을 맺은 계기가 재밌다. 40년 전 어느 날. 언론에 하천 모래 채취 금지 기사가 났다. 모래를 파 가는 통에 하천이 무너져 정부가 내놓은 조치였다.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단다. 공사용 토사 수급 사업. "골재업을 하려고 창원 쪽 돌산을 매입했다. 당시 돈으로 쌀 600가마니였다. 그 무렵 태안토건을 만들었다." 박 회장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삼미건설은 2002년 무렵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다. 국내 수주만으론 한계를 느껴서다.

그리고 무상 원조 공사, 차관 제공 공사를 꽤 맡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소수력발전소를 지었고, 필리핀에선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 개선을 담당했다. 모잠비크 켈리만 중앙병원도 건립했다. 이라크에선 알카라마병원 증축과 아르빌 교통관리시스템 현대화 공사를 수주했다. 이 밖에 주필리핀대사관 신축과 아부다비 알자와히리 학교 건설도 삼미건설 작품이다.

파키스탄 버스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파키스탄 대우공장을 인수한 게 출발점이다. 삼미대우버스를 설립했다.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을 모토로 했다. 신뢰가 쌓였다. 결국 5년 만에 세계적인 특송업체 페덱스가 물류를 전담 의뢰할 정도의 파워 브랜드로 자리잡는다. 이런 성공 신화는 2010년 MBC의 '성공의 비밀'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삼미건설은 몇 년 전 삼미고속버스를 팔았다. 국가 위험도 탓에 더 키우기엔 무리여서다.

삼미건설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건설 기술자가 많다. 기술사 5명에 특급·고급 기술자 73명 등 131명이나 된다. 부산에서 유명한 건물 초석엔 삼미건설이 적잖이 새겨졌다. 부산은행 본점,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복합개발사업, 누리마루 APEC하우스, 양산 형지 물류센터, 감천항 공영 수산물도매시장,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강서체육관이 그렇다.

박 회장은 여기에 하나를 덧붙였다. 노력이다. "본업에 충실하는 것. 그래서 건설로만 일자리를 만들고 번 만큼 납세하는 게 삼미건설의 노력이고 삼미건설의 오늘을 있게 했다." 삼미건설이 땅장사를 하지 않는 이유다. 지금껏 건설과 무관하게 땅을 사놓은 적이 없다. 오롯이 토목과 건축, 플랜트로 이만큼 왔다. 모범 납세 표창도 많이 받았다. 1986년을 비롯해 1990년, 1994년, 1995년, 2000년, 2003년, 2005년, 2013년에 수상했다. 2005년엔 모범납세자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 토목건축업 맹주 건설사 회장인데도 별다른 감투가 없다. 본업이 흔들릴까 부러 피했다. 그러나 독서 욕심은 대단하다. 짬 나는 대로 읽고 잠자리 들기 전 늘 책을 펼친다. 관심 분야는 다방면이다. 삼국유사나 사기 같은 역사책부터 혜민 스님 서적까지. 저자의 공력과 직관으로 눌러쓴 글에서 지혜를 배운다 했다. "팍팍한 삶을 버티게 하는 지혜는 많지만 최고의 지혜는 정직이다. 산다는 건 그걸 확인하는 과정 같다. '정직은 평생을 보장한다'는 영국 속담이 와 닿는다."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이고 2014년 삼미건설 대표로 취임한 아들 박지만 대표에게 들려주고픈 경구다.

부산 동구 범일동 삼미건설 본사 6층 회장 집무실은 햇볕이 따사롭다. 그 한쪽을 박 회장 손자 그림이 차지했다. 서툴지만 요령 없는 정직한 그림 앞에서 박 회장 미소가 환하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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