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수도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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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학교 앞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씁쓸한 눈길로 이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부산관광단지에 민간투자를 늘리기 위해 휴양형 주거시설 도입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자신이 대표 발의(2013년 1월)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상임위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날 통과된 관광진흥법은 '학교 앞 호텔 허용' 적용 지역을 서울과 경기로만 한정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비(非)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총선 선거구 획정 타결로
수도권 의석이 지역구 절반
19대 때보다 10석이나 늘어
지역 균등 발전 발목 잡아

각 지역의 선량(選良)들이 골고루 모여야 할 대한민국 국회가 '수도권 국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0대 국회에서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가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입법' 권력마저 수도권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여야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타결로 서울(49석), 인천(13석), 경기(60석)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지역구 의석수가 122석이 됐다. 19대 국회(112석)에 비해 무려 10석이나 늘어났다.

1996년 15대 국회 때 수도권 의석수는 96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의 37.9%에 머물렀다. 하지만 꼭 20년 만에 전체 의석수(253석)의 48.2%로 늘었다.

더구나 인천과 경기도의 인구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 21대 국회 때 점유율 50%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든 직접적 계기는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유권자 한 사람의 투표 가치 평등성을 감안해 인구 편차가 2 대 1을 초과하면 위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와 자원이 특정지역에 집중된 현실을 감안하면 많은 부작용과 함께 비수도권에 불이익으로 연결될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지역의 다양한 여건에 대한 고려가 단순히 '인구수'라는 조건만 따르면서 민의의 대변 형태가 단순화됐다. 그러면 당연히 인구 많은 수도권만을 위한 대의민주주의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중심의 입법부를 구성하게 만든 여야 지도부의 졸속적 협상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헌재의 판결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가뜩이나 수도권 중심의 사회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제동을 걸지 않은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여야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을 적극 원내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개헌과 국회법 개정을 통해 미국의 상·하원 제도처럼 각 지역의 목소리를 동등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연방의회는 상원의 경우 인구수에 관계없이 모든 주에 똑같이 2석씩을 배분하고 있다. 박석호·김형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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