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동 비프광장 불법오락실 다시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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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건물 지하에 24시간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게임기 100대가 있는 불법 게임장 모습.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지난해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잔뜩 움츠렸던 부산 남포동 일대 불법 오락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던 이선록 전 중부경찰서장 등 수뇌부가 지난해 말 교체된 뒤, 최근 수면·안마실까지 갖춘 불법 오락실이 적발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24일 사행성 게임기를 설치하고 내부에서 환전을 해 주는 등 불법 영업을 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로 업주 박 모(55) 씨와 종업원 등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중순께 중구 남포동의 한 건물 지하 1층 오락실을 청소년게임장으로 신고한 뒤 사행성 게임기 100대를 설치해 불법 운영을 해 왔다. 중부경찰서는 23일 오후 6시 30분께 부산경찰청과 합동 단속을 벌여 박 씨 등을 붙잡고 게임기 전부를 압수했다. 단속 당시 오락실은 평일임에도 40여 명의 손님들로 성업 중이었다.

지난해 대대적 단속
철퇴 맞았던 업자들 기지개

지하에 식당·수면실 갖추고
게임기 100대 24시간 영업
500㎡ 부산 최대 규모 적발




이들은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6중 철문을 설치하고, CCTV를 달아 단골 손님만 입장시켰다. 지하 1층에는 엘리베이터가 안 서도록 개조하고, 수동 조작으로 내부에서만 탈 수 있도록 해 철저히 출입을 통제했다. 특히 옆에는 식당과 수면실, 안마실까지 갖춰 손님들이 숙식을 해결하며 24시간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락실에 부대 공간까지 합치면 500㎡에 달해, 부산지역 최대 규모다. 경찰은 이들이 하루 평균 3천만 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3개월 영업기간 순수익만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오락실 입구의 철문.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지난해 중부경찰서는 이선록 전 서장이 부임한 뒤 '불법 오락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유례 없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1년 동안 중구지역 성인오락실 60여 곳 중 47곳이 단속됐고, 추징금액도 무려 40억 원에 달했다. 때아닌 불황이 길어지자 '이 서장이 오락실 업주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업계발 음해투서까지 접수되기도 했다. 감찰 결과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결국 이 전 서장은 자리를 옮겼고, 이후 불법 오락실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건, 12월 4건 등 오락실 영업 신고 건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남포동 비프광장 일대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 오락실에 대해 올해도 꾸준히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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