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절 끝난 해운대 호텔 체면 접어두고 출혈 경쟁
신축 호텔 늘면서 평일 6만원대 객실도 등장
#사례1=지난해 말 해운대 지역 일부 호텔 관계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반주 몇 잔에 불콰해질 무렵, 한 참석자가 A호텔 쪽 사람에게 "가격을 그렇게 후려치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전에 있었던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해당 호텔이 너무 낮은 객실가를 써낸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다. 자리는 서둘러 끝났다.
#사례 2=B호텔 판촉팀 관계자는 최근 벡스코 등 마이스 관련 기관과 업체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객실 점유율이 높았던 4~5년 전만 해도 손을 놓았던 부분이지만, 이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 관계자는 "좋은 시절 끝났다"는 푸념이 늘었다.
신축 호텔 늘어 객실 수 증가
4년 간 1천여 실 폭증 전망
평일 6만 원대 객실마저 등장
단체 손님 뺏기 덤핑도 예사
부산 해운대 지역에 신축 호텔이 급증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에 고수해 온 '마지노선'을 허무는 가격 파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행사와 소비자들로서는 외지 관광객 유입 등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호텔들은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22일 해운대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 일대 비즈니스호텔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부터 객실 가격이 평일 기준으로 평균 1만~2만 원가량 떨어졌다. 객실가 10만 원대 초반의 호텔들은 10만 원 아래로 가격을 떨어뜨렸고, 브랜드 파워가 약한 신축 호텔 중에는 비수기인 2월 들어 방 가격이 평일 6만~7만 원인 곳도 나타나고 있다. 인근 모텔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 등 단체관광객 유치전이 벌어질 때면 '덤핑 식 출혈 경쟁'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C호텔의 경우, 평일 객실가를 11만 원 선으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단체관광객 유치를 놓고 한 신축 호텔이 8만 원으로 치고 들어오자 같은 값에 손님을 받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가만히 있다가는 손님을 다 뺏길 판이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대를 대폭 낮춘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D호텔 관계자도 "재작년까지 9만 원대를 유지했던 일본 단체관광객 객실료도 최근엔 7만 5천 원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지역 특급호텔들은 아직 가격 하한선을 내리지는 않고 있지만, 단체관광객에 대해서는 전보다 훨씬 유연하게 가격 정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현재 3천 실가량인 해운대 지역 관광호텔(특1급~3급) 객실 수가 올해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매년 적어도 1천 실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텔업계 내에서는 수년 내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 9만~10만 원 받던 유명 브랜드 호텔의 객실가가 최근 5만~6만 원대까지 떨어지고 있고, 부산도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