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약 사범 잇단 적발… 다시 '마약 도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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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텔을 돌며 '스와핑(배우자나 애인을 바꿔 성관계를 하는 행위)'을 하던 김 모(52) 씨 등 남녀 4명. 이들은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히로뽕 투약까지 했다가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덜미를 잡혔다. 이 중 여성 1명은 단순 투약으로 불구속됐으나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경찰에 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마약에 취한 채 창문을 열고 행인들에게 화재 신고를 해 달라고 소리친 30대 마약투약범도 경찰에 붙잡혔다. 출동한 경찰이 횡설수설하는 이 남자를 상대로 소변 검사를 벌였고, 결국 마약에 손댄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또 42명 검거
마약 문제 갈수록 심각
인천으로 밀반입된 뒤
부산서 소비되는 양상



부산이 다시 '마약 도시' 오명을 얻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마약사범 집중단속에 나선 결과, 모두 42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마약 판매범 등 27명은 구속됐고 나머지 15명은 불구속입건됐다.

경찰이 발로 뛴 수사 결과이지만, 부산의 마약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도 최근 마약 범죄 수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마약수사팀의 한 경찰은 "마약판매범들이 100~200g씩 차에 싣고 팔러 다니던 건 옛말"이라며 "딱 팔 만큼 들고 다니다 잡히고, 어렵게 잡아도 입을 닫아 버려 수사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호소했다.

특히 부산으로 들어오는 마약의 유통 경로도 다변화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벌어진 마약 범죄의 경우 밀반입은 인천공항을 통해 이뤄진 뒤 유통은 부산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인천 밀수, 부산 소비'라는 루트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지검에 붙잡힌 마약 판매범들도 마약이 든 여행가방을 들고 인천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부산에서 판매하려 했다. 압수된 마약만 해도 1㎏이나 됐다. 당시 검찰 수사팀은 "과거 부산의 마약 사건은 부산항 등지를 통해 밀반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인천 등지를 통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부산 북부경찰서가 붙잡은 마약 판매조직도 2천800명이 투약 가능한 80g의 마약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왔고, 이를 부산에서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사건 적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도 가입 가능한 채팅 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등 더 은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량으로 해외에서 직구를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거래하는 등 직접 만나지 않고 마약을 구하는 방법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김창립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마약 사범 적발이 많다는 것은 경찰이 많지 않은 인원으로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사건 자체도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며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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