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어장 핑계로… 낙동강 모래 또 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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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 리모델링 지역인 경남 밀양시 상남면 상남인산길 확장1~4지구에서 성토된 모래를 퍼내고 양어장을 조성 중인 논.

정부가 수조 원을 들여 4대강 주변에 조성한 농경지 리모델링지역에서 모래를 밀반출하다 적발(본보 지난 1일 자 2면 등 보도)된 데 이어 최근에는 양어장 조성을 빌미로 모래가 대거 채굴되고 있다. 4대강 사업 완료로 강모래를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되면서 강모래 가격이 3년 전보다 2~3배 오르고 품귀현상까지 빚어지자 벌어지는 일이다. 이에 따라 수조 원이 투입된 정부의 국책 사업인 농경지 리모델링지역에 대한 강모래 밀반출 방지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4대강 사업 후 값 치솟자
합법 가장한 채굴 잇따라
밀양 환경단체 "관리해야"


23일 경남 밀양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낙동강변인 상남면 확장1~4지구 367㏊에 조성된 농경지 리모델링지역에 양어장 2곳(1천310㎡)의 허가가 났다. 양어장 허가가 난 뒤 해당 지주는 이달 들어 리모델링지역에서 모래 수천㎥를 반출했다. 양어장을 조성하려면 모래를 파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지주와 밀양시는 양식장 허가의 경우 농업진흥지역에서도 가능하고, 농경지 리모델링지역만 규제하는 규정도 없어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시 관계자는 "관련 법규상 양어장 허가는 합법적이고, 허가를 내준 지 2년이 지나도록 양식장을 운영하지 않으면 토지에 대해 원상복구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농경지 리모델링지역의 지주들이 양식장 허가를 핑계로 성토된 모래를 반출한다면 수조 원을 들인 국책 사업의 효과는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용허가를 내준 밀양시의 행위는 합법을 가장한 모래 반출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역시 전국 4대강 인근 저지대 농경지 7천572㏊에 1조 2천억 원을 투입해 농경지를 리모델링해 놓고도 모래 밀반출 방지 등 사후 관리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와 일부 농민단체들도 강모래 가격 폭등을 틈타 일부 지주와 건설업자들이 벌이는 합법을 가장한 모래반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국장은 "농경지 리모델링은 침수 예방을 위한 정부의 투자자산과 같다"면서 "늦었지만, 농지에 성토된 모래가 밀반출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막는 관리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상남면 외산리 외산들 확장2지구(99.8㏊)의 모래 밀반출 사건을 조사 중인 밀양경찰서는 인근 지역에서도 밀반출이 다양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 말 농한기 때 확장지구에서 이미 수천㎥의 모래가 밀반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는 모래 밀반출 이후 흙으로 되메우기한 상태다. 지주는 이곳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딸기와 고추 등을 재배하고 있다.

글·사진=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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