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이 응급실을 없애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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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공공의료 기관인 부산의료원이 최근 응급실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부산의료원 전경. 부산일보 DB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부산의료원이 응급실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부산의료원 안팎에서는 "응급실 폐쇄가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의료원 내부의 불협화음이 심각하다"며 "그 과정에서 돈이 안 되는 응급실을 폐쇄하자는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료원 측은 "의사와 인턴 등 인력 부족으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응급실 폐쇄를 고려 중이지만, 현재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돈 안 된다고 폐쇄 검토"  
의료원 안팎 급속 확산

"늘리지는 못할망정…"  
지역 여론 격앙된 반응에  
의료원 "와전된 것 같다"

지역 주민을 위한 공익 진료를 강화해야 할 부산의료원이 응급실 폐쇄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에 부산지역 보건·복지단체와 의료 관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훈 부산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실장은 "서부산에 제2의료원을 짓겠다고 추진 중인 부산시가 기존 부산의료원도 제대로 관리 못 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필수 서비스를 확대하기는커녕 응급실 폐쇄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의료원 응급실이 폐쇄될 경우 행려환자를 비롯한 저소득층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인력이든 예산이든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시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가 취재에 나서자 부산의료원 측은 뒤늦게 "말이 와전된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해마다 2월 말이면 인턴과 레지던트가 졸업으로 대거 빠져나가 응급실 인력 부족이 심화되기는 하지만 대체인력을 잘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에 응급실 확대 차원에서 전문의 4명을 확충하기 위해 모집 공고를 냈는데 지원하는 사람이 너무 없어 '응급실을 폐쇄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한 말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천 부산시 건강체육국장도 "최근 응급실 전문의 인력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나온 이야기인 것 같다"며 "응급실은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고, 폐쇄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원이나 시가 뭔가를 숨기고 발을 빼는 것 같은데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응급의료 시스템 확충과 인력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의료원은 임금이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전문의 인력 수급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명희 부산시의회 의원은 "부산의료원 응급실은 평소 찾는 환자가 많아 응급의료센터로의 격상이 필요하다고 지난해 행감 때 지적했는데, 응급실 폐쇄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용이 든다 해도 시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 '착한 적자'라면 부산시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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