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전 경찰청장) 1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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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기자들에게 소회를 밝히고 있다. 최혜규 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영문)는 17일 지역 건설업자 정 모(51) 씨에게서 현금 5천만 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씨는 공소사실 중 업무상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3천만 원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법, 뇌물수수 혐의
"공여자 진술 신빙성 없어"
검찰 "즉시 항소하겠다"

승진 청탁 알선수재 혐의
농협조합장·교수도 무죄


조 전 청장은 정 씨에게서 2010년 8월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현금 3천만 원, 2011년 7월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 일식당에서 현금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8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5년, 뇌물공여와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뇌물을 주었다는 정 씨 자백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 씨가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2010년 8월에 기자들과 CCTV를 무릅쓰고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 현금을 전달하러 갔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납득하기 어렵고, 정 씨와 조 전 청장이 도합 네다섯 차례 만났을 뿐 특별한 신뢰관계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정 씨가 업무상횡령 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한 경위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 뇌물수수 혐의도 유일한 증거인 정 씨 진술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조 전 청장은 전직 경찰 총수로 두 번이나 법정구속되는 결과를 면하게 됐다. 그는 앞서 201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후 만기 출소한 바 있다.

반면 검찰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채 전직 경찰청장을 기소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 재직 당시 수사권 독립 문제로 유독 검찰과 날을 세웠던 조 전 청장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에도 무게가 실리게 됐다. 조 전 청장은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에게 "한 국가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는 파행적인 기소독점주의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윤대진 2차장검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 참여하에 이뤄진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과 자금원, 참고인들의 증언을 모두 배척한 1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훈재)는 같은 날 한 경찰 간부로부터 "조 전 청장에게 승진을 청탁해 달라"며 도합 1천300만 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지난해 7월 기소된 부산 모 농협 조합장 송 모(60) 씨와 대학교수 박 모(60) 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조 전 청장의 중학교 동기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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