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상업시설 허가 신청 동백섬 난개발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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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화재위, 형평성 논리로 '황당 결정'

"동백섬 다 망칠라…."

부산시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해운대구 동백섬 입구 한 부지의 문화재현상변경을 가결하고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동백섬 경관을 훼손하고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동백섬 난개발을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동백섬은 1999년 3월 부산시 기념물 제46호로 지정됐다.

더베이101 주차장 부지에
별도 지주 건축허가 신청
문화재위는 현상변경 가결
형평성 논리로 '황당 결정'
구청 허가 땐 난개발 도미노


해운대구는 지난 12일 동백섬 더베이101 주차장 일부 부지(817㎡)에 근린생활시설을 짓겠다는 지주 A 씨의 건축 허가 신청을 접수했다. 해당 시설은 건축면적 340㎡에 지하 1층, 지상 1층(연면적 1천230㎡) 규모다. 이에 앞서 부산시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해당부지 건축을 위한 문화재현상변경을 심의하고 조건부 가결했다. 조건은 건물의 옥상 표면과 외관, 디자인 등에 대해 자문을 받고 시행하라는 것이다.

해당 부지는 더베이101 주차장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남아 있다. 더베이101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지주에게 월 임차료로 100만 원씩 지불해왔고, 올해부터는 월 임차료로 300만 원씩 지불하고 있다.

이곳에 상업시설을 허가해줄 경우 동백섬 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주말이면 동백사거리부터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까지 동백로 일대가 교통 혼잡을 겪고 있는 판국에 더베이101에 이어 추가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교통난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해양수산부가 민간 공모를 통해 추진 중인 운촌항 마리나사업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일대 다른 지주들도 우후죽순처럼 상업시설 개발에 동참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부산의 명소인 동백섬이 입구부터 상업시설에 둘러싸이는 꼴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 동백섬 입구 쪽으로 개인 소유의 부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이 나쁜 선례로 작용해 동백섬 일대 지주들이 너도나도 문화재현상변경을 신청하면 이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건축 허가까지 이뤄지면 동백섬 난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문화재위원회가 해당 부지의 문화재현상변경 신청을 4차례에 걸쳐 부결했지만 지주가 그때마다 면적과 건물 규모를 축소한 건축 계획을 제출해 결국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결 판단에 형평성의 문제도 일부 작용했다"면서 "더베이101이나 웨스틴조선호텔도 동백섬 입구 쪽에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부분이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이 같은 해명은 '궤변'에 가깝다는 게 시민들의 지적이다. 직장인 이 모(48) 씨는 "현재 남아 있는 동백섬 경관을 잘 보존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부산시가 형평성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지주들의 사익을 위해 동백섬 전체를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해제할 수도 있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 김 모(37) 씨는 "웨스틴조선호텔이나 더베이101이 부산에 필요한 관광·해양레저시설이긴 하지만 동백섬 개발의 단초를 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계속 동백섬 개발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 논리는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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