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소설가의 탐식법] 살 빼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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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한 장면.

"요즘 살이 쪄서 죽겠어." 가끔 만나는 다섯 명의 친구 중 한 명이 만날 때마다 하는 소리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또,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각자 커피를 더 주문하거나 고개 돌려 다른 곳을 보거나 핸드폰을 꺼내 든다. 모두들 '빈정상했다'는 뜻이다. 46㎏으로 우리 중 제일 살이 없는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싫은 내색이 역력하지만 그녀가 내놓는 새로운 다이어트 식단이나 방법에는 모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나중에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살빼기 방법을 하나둘씩 공개하는데 다이어트 앞에 항상 예쁘다고 소문난 여자 탤런트 이름이 붙어있다. 그 방법 중 최악은 닭 가슴살 100g, 채소 2컵, 과일 1개의 하루 식단이었다. 그대로만 실천하면 한 달에 10kg을 뺄 수 있다고 했다.

뜨거운 물 단식법과 간헐적 단식법에 관한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자세한 방법은 몰랐다.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마저 다이어트 식단을 실천하고 있는 걸 보면서 가끔 다이어트 흉내만 내는 내가 너무 건강에 무신경하고 게으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뜨거운 물 다이어트는 몸이 차가워지면 몸이 붓고 세포가 죽어 비만이 되기 쉽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단식을 하는 것이었다. 간헐적 단식은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 중에 식사를 하거나, 일주일 중 5일은 평소대로 먹고 2일은 단식을 하여 살을 빼는 방법이었다. 의외로 방법이 쉬워 해 볼만 했다. 항상 행동보다 생각이 앞서는 법.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단식은 쉽지 않았다.

다이어트가 쉽지 않다는 내 말을 들은 한 친구가 말했다. "먹고 후회하는 스트레스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는 스트레스가 더 크더라. 안 그래도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 다이어트 따위로 나는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가수 소란의 노래 '살 빼지 마요' 들어 봤어? 걔들, 여자 맘을 너무 잘 아는 거 같아. 요즘 인기 캡이야, 한번 들어봐. 정말 귀여워 죽겠어!"

"…전화길 들고 고민할 거야. 지난번 마지막으로 먹었던 게 양념이었는지 후라이드였는지 살 빼지 마요 그대…안 돼 계속 그렇게 참으면 내 맘이 아프잖아. 오늘 밤엔 다 잊어줘요. 두 볼에 토실토실 살이 좀 있는 모습이 더 귀여워. 엄마랑 동생이 널 말린다 해도 신경 쓰지 말아요.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야. 도대체 나는 하나도 모르겠어. 내 눈엔 지금 너무 완벽한데 살 빼지 마요 그대로 있어줘요…."

귀여워 죽을 정도로 좋은 노랜 줄은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니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절제하는 친구와 유행가를 들으며 마음껏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또 다른 친구를 보면서 그들이 진정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도 일었다. 일단 주문한 피자를 먹고 나서 그 문제를 더 생각해 봐야겠다. nyk0417@hanmail.net

나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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