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게임 좀 작작"… 중독 벗어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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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도박 중독, 아들은 게임 중독입니다. 매일 남편과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화병에 걸릴 지경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부 김 모(44)씨의 하소연이다. 알코올, 도박, 게임 등 각종 중독에 대해 사람들은 별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중독은 한 개인을 넘어 가족의 파탄,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다. 동래병원(부산 금정구 두구동) 서승진 대표원장으로부터 각종 중독의 문제점, 원인,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도박 중독자 선진국의 배 이상
알코올중독 성인의 5% 달해

유전·환경요인도 무시 못 해
심리적 고통 공감·치료 병행

재발 잦아 장기적 관점서 접근
맞춤치료 '건강한 일상' 되찾아

■국내 중독 발병률 선진국보다 높아

우리나라의 알코올 중독 발병률은 전체 성인 인구 중 5.3%에 달한다. 이 중 남성의 비율이 여성에 비해 3.4배 정도 높으나 최근 젊은 여성층에서 그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 음주 소비량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편이다. 지나친 음주는 위장 질환, 간 질환, 당뇨 등 내과적 문제와 기억장애, 성격변화, 치매 등 신경정신적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발병률도 5.4%로 호주(2.4%), 영국(2.5%), 미국(2.6%) 등 선진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 합법 도박의 연 매출은 20조 원에 달하고, 불법 도박은 연 매출이 60조 원 이상이라고 알려졌다. 도박 중독은 실직, 파산 등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 자해 및 자살, 충동성, 강박증, 공격성 등의 증가와 함께 사회 전반에 문제를 야기시킨다.

게임 중독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PC를 넘어 스마트폰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게임 중독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흔히 게임 중독이라고 하면 10대 청소년의 문제로 생각하기 쉬우나, 20~30대 젊은 성인들의 게임 중독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 원장은 "게임 중독은 게임에 빠져 스스로 시간을 제어하지 못해서 규칙적 일상생활이 붕괴된다. 또 장시간 게임을 하면서 근골격계 문제, 시력 저하는 물론 충동적이 되고 행동 통제의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대인관계의 단절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질환 취약 유전자 쉽게 중독 빠진다
중독의 공통적인 원인은 뇌 내 보상회로의 작용이다. 즉, 지속적인 물질이나 행위를 통해 쾌락에 대한 기억이 보전되고, 이를 다시 추구하는 '긍정적 강화'가 생긴다는 것. 이를 중단할 경우 불쾌감을 느끼는 것(금단)을 줄이기 위해 부정적 반응이 생기면서 점차 중독에 빠져든다.

유전도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는 정상인의 자녀에 비해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이 4배가 높고, 도박 중독자의 자녀는 정상인의 자녀에 비해 도박 중독이 될 확률이 3배나 높다. 뇌의 쾌감과 학습을 담당하는 도파민, 충동조절과 관련이 깊은 세로토닌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연관된 유전자가 도박중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환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도박을 접하게 되면 남들보다 쉽게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환경적 요인도 무시 못 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자주 중독 행위를 하는 것을 보며 자라거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접할 기회를 얻었다면 다른 사람에 비해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중독 이전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우울장애, 조울증, 불안장애, 사회공포증 등이 선행될 수 있다.

■개인에 맞는 맞춤식 치료 필요
동래병원 서승진 원장이 환자와 중독증상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동래병원 제공
모든 중독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치료법은 없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직업적, 법적 문제 등 개인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맞춤식으로 적용해야 한다.

서 원장은 "중독 문제는 재발이 잦은 만성적 경과를 밟게 되므로, 회복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수차례 치료가 반복된 후에 회복이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중독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신념을 지니고 있다. 또 오랜 중독으로 현실 세계를 대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따라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같은 심리적 고통에 대한 공감과 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중독은 우울증, 불안증, 불면, 자살사고 등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에 상태에 맞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된다. 우울증상 등 환자의 심각도에 따라 입원치료를 고려할 수도 있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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