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세계 증시 17조 달러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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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20% 이상 급감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다. 한국 경제는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코리아 리스크'가 확산하고 미국과 중국이 '신(新)냉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8개월만에 시가총액 23% ↓

한반도는 北 리스크 고조
"사드 도입 땐 中 경제 보복"

■2008년 이후 최대 위기

14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56조 2천337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3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73조 2천668억 달러)보다는 17조 331억 달러(23%)가 증발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만도 전 세계 시총은 8조 3천억 달러가 사라졌다. 현 추세는 2008년 금융위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아시아 증시가 올 초부터 곤두박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22%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연초 이후 21%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6% 내렸다.

증시와 유가의 폭락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로 엔화와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은 급등했다. 지난주 엔화는 달러당 110.99엔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몰리면서 글로벌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금은 매수세가 몰리면서 폭등세다. 금값은 작년 12월 저점 이후 12일까지 18% 올랐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가 15일 재개장하는 중국 증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춘제(春節·설) 연휴 기간에 중국 증시가 휴장한 사이 전 세계 주식시장이 20% 이상 급락하면서 요동을 쳤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주식시장은 4년 6개월 만에 12일 코스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주가가 가파르게 내리고 있고,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하루 10원 안팎 급등락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 신(新)냉전 영향은

여기에 한국 경제에는 최근 지정학적 위기까지 더해졌다.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지난 7일 장거리 로켓까지 발사하자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격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통과시키면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돼 한반도는 신냉전 형국이다.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미·중이 대립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극심한 상황에서 교역비중 1위 상대국인 중국이 경제 보복을 가하면 한국경제의 치명상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달 중국업체의 '리튬 인산철 방식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주고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은 2000년 한국 정부가 중국산 냉동마늘의 관세율을 올리자 보복 조치로 한국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은 G2로서 위상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단을 쓰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신냉전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이익에 들어맞는 비관세 장벽과 같은 경제적 조치를 계속 쓸 수 있는 만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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