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느끼는 그리움은 아련, 묵직, 미소 한가득?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홍상식 'Mouth red'.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제공

'그리움'이라는 말은 참 묘하다. 단어 하나가 가지는 감정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아련하고 묵직하고 서늘한 기분이 들다가 때로는 미소 지을 수 있는 행복한 감정마저 전달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감성적인 작가들은 이 그리움을 어떻게 느낄까.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에서 진행 중인 'of Nostalgia' 전은 세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한 그리움에 관한 정서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보스턴에서 전자공학 박사까지 받았던 김수진 작가. 공학도의 길을 버리고 다시 미술을 공부한 김 작가는 늘 자신을 묵묵히 지지하고 지원해 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렸다. 달콤한 검정색 과자로 유명한 '오레오' 쿠키를 마치 사진처럼 세밀하게 그렸다. 수채화로 그린 사탕 그림도 인상적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린 시절 김 작가에게 자주 사 주었다던 간식들이 김 작가에겐 이제 절절한 그리움이 돼 버렸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한 슬픔은 부서진 오레오 과자의 단면들과 묘하게 닮아 있다.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of Nostalgia' 전

김수진
세밀화로 절절함 드러내

윤종석
몽환적 입체감으로 표현

홍상식
빨대로 유년시절 기억 살려


윤종석 작가 역시 자신에게 든든한 산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이번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늘 그 자리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를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보내드렸고, 그 이후 평범한 일상은 완전히 변했다. 늘 있는 주변 사물들이 모두 특별해 보였고 윤 작가는 정물과 주변 지인을 그리기 시작했다. 붓으로 점을 찍어 사물을 묘사했던 윤 작가는 지난해부터 작업 방식을 변화시켰다. 붓이 아니라 주사기에 물감을 넣어 쭉쭉 짜내어 선을 만든다. 질감을 가진 선은 평면 작업이지만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김수진 `Cracked Oreo`.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제공
무질서하게 흐트러지거나 겹쳐지는 선은 작가의 관점을 통해 한 덩어리 이미지로 모아지고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단체전을 통해 한두 점의 작품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주기는 처음이란다.
윤종석 'That Days'.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제공
빨대로 입체 작품을 만들어 일명 '빨대 작가'로 불리는 홍상식 작가. 이번 전시에선 홍 작가는 훨씬 대담해지고 정교해진 작품을 내놓았다. 어린 시절, 잘 묶인 국수 다발의 단면을 꾹꾹 누르며 놀았고, 그때의 놀이가 작업으로 이어졌단다. 홍 작가에게 빨대 작업은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냥 즐거웠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작가 작업 전반에 깔려 있다. 그동안 대형 작품만 주로 선보였던 홍 작가는 이번 부산 전시에서 아기자기한 소품도 선보인다. 바닥에 일일이 물감을 칠한 후 빨대를 세워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퍼지는 색감과 빨대의 형태가 잘 어우러진다. ▶'of Nostalgia' 전=4월 4일까지 갤러리 메르씨엘 비스. 051-747-9305~6.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