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삶과 꿈] 부산의료관광, 어려울 때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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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동아대학교병원장

러시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개최한 'Traveller Award 2015'에서 전 세계 최고 의료관광 목적지로 한국이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그 종착지는 어디일까?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종착지가 부산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우리 동아대학병원이 의료관광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10년이다. 우리 병원은 환자가 있는 해외로 나가기에 앞서 환자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먼저 잡았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대학병원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해외 환자 분석과 그들의 요구에 맞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반문하며 우리 안을 들여다봤다.

러시아에 대한 선택과 집중 주효했으나
루블화 폭락 등 악재, 부산의료계 고전
마냥 기다리기보다 선제적 투자하고
중동국가 등 글로벌 마케팅도 강화를


우리 병원의 러시아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됐다. 2013년 이후부터 국내 외국인 환자 수만으로는 러시아가 중국, 미국에 이어 3위였지만 진료비 수익은 중국에 이어 2위였다. 특히 러시아 환자 1인당 의료비 지출액은 중국이나 미국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한 러시아인은 심혈관질환과 암 등 중증 질환에, 중국인은 피부와 성형 등에 진료를 집중하고 있다는 보건산업진흥원의 이전 자료도 참고했다.

동아대학병원은 러시아 연해주, 사할린, 블라디보스토크 등 다양한 지역을 대상으로 나눔의료와 의료진 파견, 팸투어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러시아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옳았다. 외국인 환자 수와 진료 수익은 연평균 120% 이상 증가하고, 2014년 이후 외국인 환자유치 실적이 부산지역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의료관광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아니 부산의 의료관광은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계속된 세계경제 침체와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 루블화 폭락 등 악재로 가속 페달만 밟을 것 같던 국내 의료관광이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한 감염 우려와 한국의료에 대한 불신은 잘나가던 의료관광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환자 비중이 높은 우리 병원을 포함한 부산지역 전체 병원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도 의료관광 전망은 밝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환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필자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신화는 그냥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 신화는 어려울 때 과감한 선제투자로 창조되었다. 필자는 그러한 믿음으로 의료관광도 이러한 위기 때 오히려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 의료 서비스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기 위해 병원 시설과 장비, 기술, 서비스 등 하드웨어적·소프트웨어적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해외 환자 다변화와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시가 중국 크루즈 의료관광객 2천 명 유치나 중국 3대 기금 가운데 하나인 노령발전기금회 의료관광단 부산 초청 활동 등에 나선 것은 의료계 입장에서도 크게 환영할 일이다.

우리 동아대학병원도 기존 러시아와 중국 외에 중동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나 쿠웨이트 등 중동국가 대사들을 초청, 팸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필자는 부산의 의료관광이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려울 때 투자하고 미래를 선점하려는 노력과 부산시의 행정적 지원과 정부의 법·제도적 뒷받침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권의료산업협의회를 중심으로 의료계의 단합과 공동 마케팅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에도 'Traveller Award'에서 전 세계 최고 의료관광 목적지로 "부산이 선정되었다고 전해라~"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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