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의 음식만사] 부산어묵 상향(尙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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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라이프부 부장

설날을 맞아 고향 가는 기차에 부산어묵 선물세트를 들고 올랐다. 제사상을 준비하는 사촌 형수가 지난 설에 '부산어묵'이라고 노래 부르는 걸 들어서였다. 그런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예쁜 중국인 처자가 나처럼 어묵 세트를 들고 옆좌석에 앉는 게 아닌가. 부산어묵이 정말 인기는 인기인 모양이다.

말을 걸고 싶어졌다. 부산어묵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는 뜻이다. 어흠! 어묵의 기원이 중국이란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어머, 그래요?"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앞좌석에 일본인 남자가 앉아 있었나 보다. "아닙니다. 생선살을 발라 만든 일본의 가마보코가 어묵의 원조입니다." 이런, 이런…. 당구 용어로 하면 '겐세이'다.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처자에게만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진시황이 생선 요리를 즐겼는데, 생선 가시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요리에 가시가 들어가면 요리사를 사형시켜 버렸습니다. 그러니 요리사가 고심하다가 으깬 생선살로 경단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어묵이 되었습니다." 중국에는 어환(魚丸), 어단(魚蛋)이라고 부르는 어묵이 있다. 우리처럼 기름에 튀기기보다는 주로 물에 삶아서 먹는다. 홍콩에서는 카레 맛 소스를 묻혀서 먹는 어묵꼬치가 국민 간식으로 꼽힌다. "최근 홍콩 네티즌들은 음식 노점상 단속에 항의해 '어묵 혁명(#fishballrevolution)'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SNS를 통해 저항하고 있지요."

중국과 일본이 함께 솔깃해하자 신이 나서 부산어묵 이야기를 이어갔다. "고래사어묵은 이미 중국에 진출해 어우동, 어짬뽕으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진어묵은 4월에 일본 후쿠오카점을 시작으로 도쿄와 오사카에도 진출한다고 하네요."

'한·중·일' 은 참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설날만 해도 그렇다. 중국은 정월 초하루부터 4일까지 '춘절' 연휴다. 1872년 태양력을 도입한 일본에서 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일제강점기부터 신정을 강압적으로 장려했지만, 한국의 설날은 이렇게 굳건히 살아남았다.

"한·중·일 관계는 재밌어요. 일본이 라면을 처음으로 만들었지만 그 기원은 중국의 국수죠.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한국이고요. 중국에서 시작해 일본에서 발전한 어묵, 부산 스타일로 되살아난 부산어묵의 향후 행보가 흥미진진하지 않나요?"

다시 한번 새해를 보냈다. 부산어묵의 백가쟁명으로 더 다양한 어묵이 나와 세상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기를 축원한다. '어묵 혁명'을 기대한다.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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