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실패한 암살 미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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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비문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므로 문장이 아니라는 말과도 통한다. 문장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런 글은 문법을 잘 몰랐거나, 마음이 급했거나, 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생긴다. 교열도 미흡했을 것이다. 해결책은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문법을 공부하고, 느긋하게 글을 쓰며, 퇴고와 교열을 잘하면 되는 것. 이 모든 걸 하는 게 어렵다면, 퇴고라도 열심히 할 일이다. 아래는 퇴고에 실패한 문장들.

①'민어 부레는 회로도 먹는데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별미이다. 씹히는 맛뿐 아니라 부레에 포함된 콘드로이틴은 노화 방지와 피부에 탄력을 주는 기능성 성분으로 알려졌다.'

둘째 문장의 '씹히는 맛'이 서술어 없이 붕 떠 있다. '기능성 성분으로 알려졌다'가 서술어는 아닐 터. 억지로 매만진다면 '씹히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씹히는 맛뿐 아니라'를 통째로 없애는 것이다. 이미 앞 문장에서 씹히는 맛이 별미라 했으니,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노화 방지와'도 '노화를 방지하고'가 적당.

②'조소앙이 쓴 <여협 남자현전>은 "1925년 남자현 선생이 단원 4명을 이끌고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총독의 암살미수사건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뒤 가까스로 탈출했다"고 소개했다.'

어느 신문에 실린 칼럼인데, 이대로라면 조소앙 선생이 착각을 했다. 실패한 것은 '총독 암살 미수'가 아니라 '총독 암살'이기 때문이다. 미수사건에 실패했다면,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게 되는 셈. 혹시 인용하면서 실수를 했다면 칼럼 필자의 잘못이겠다.

③'휴대폰 보급율이 인구수보다 많다는 요즘, 시골 할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서울에 있는 아들, 손주와 소통한다. 카톡도 한다.'

여기선 '휴대폰 보급율'과 '인구수'를 비교한 것이 잘못. 비율은 비율끼리, 인구수는 인구수끼리 비교를 해야 실상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보급율'도 '보급률'로 써야 옳다.

④'현미밥채식을 하고 처음 며칠 동안에는 체중의 변화가 없었으나 15일이 지나면서 그토록 원했던 체중이 2㎏이나 빠졌다.'

이 문장도 마음이 급해 어색해지고 말았다. 그토록 원했던 건 '체중'이 아니라 '체중 감량'이니 이렇게 손보는 게 가장 간단하겠다.

→…15일이 지나면서 그토록 원했던 대로 체중이 2㎏이나 빠졌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 옛말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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