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 세련된 유머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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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광기를 날카롭게 꼬집은 영화 '사느냐 죽느냐'(1942)의 한 장면. 영화의전당 제공

달콤한 초콜릿 같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가, 에른스트 루비치 특별전이 열린다.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다.

프리츠 랑, F W 무르나우와 함께 독일 표현주의 시대를 이끈 루비치 감독은 1920년대부터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겨 우아하고도 기지 넘치는 코미디물을 만들었다.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 특별전
11일부터 영화의전당
평론가 특강 프로그램도


상류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가득한 풍속극 속에서도 세련된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작품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의미심장하면서도 재치 있는 대사, 시각적 풍자가 역설적인 상황에서 얽히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 스타일은 영화계에서 '루비치 터치'라고 호명되기도 했다.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 영화의전당 제공
루비치의 이런 스타일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고, 이후 하워드 혹스, 레오 맥커리, 빌리 와일더 등 할리우드 코미디 거장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919년 작품 '인형' '굴공주'와 '들고양이'(1921)가 디지털로 복원돼 상영된다. 그의 마지막 무성영화로 알프스에서 피어난 순애보를 그린 '영원한 사랑'(1929)을 비롯해 '러브 퍼레이드'(1929) '몬테 카를로'(1930) '미소 짓는 중위'(1931), 독일군 점령 하의 폴란드를 배경으로 나치의 광기를 날카롭게 꼬집은 '사느냐 죽느냐'(1942), 그의 최초 컬러영화로 바람둥이의 일생을 신랄하게 묘사한 '천국은 기다려 준다'(1943)까지 20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영화의전당 기획프로그램의 매력인 평론가 특강도 빠질 수 없다. 오는 20일에는 도둑 커플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 '낙원에서의 곤경'(1932) 상영 후 정한석 평론가가, 다음 달 5일에는 열광적 음악과 경쾌한 대사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뮤지컬 영화 '메리 위도우'(1934) 상영 후 허문영(영화의전당 프로그램 디렉터) 평론가가 특강에 나선다. ▶에른스트 루비치 특별전=11일~3월 6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관람료 일반 6천 원, 유료회원·청소년·경로 4천 원(월요일 쉼). 051-780-6080. 이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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