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사 열전] 김종각 ㈜동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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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또 다른 기회" 역발상 경영철학

지난해 7월 '2015 시공능력평가'에서 영남권 1위를 차지한 ㈜동일 김종각 회장.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주택건설업계? 꽤 저력 있습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전국 지방 건설사가 다 나가떨어졌는데도 부산은 달랐죠. 전국구로 발돋움 중인 부산 주택건설사도 몇 될 겁니다. 그중 하나가 ㈜동일입니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아파트 분양사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35위
현금유보율, 업계 최상위권

올해 5천660가구 공급 목표
투자회사 설립 등 다각화 모색

동일은 부산 주택건설업계의 쌍두마차다. ㈜동원개발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한다.

이런 동일이 지난해 일을 냈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의 '2015 시공능력평가'에서 전국 35위를 기록했다. 시공능력 평가 금액은 7천770억 2천400만 원. 시공능력 평가가 실시된 1997년 이후 부산 주택건설사로선 최초로 30위권에 진입했다. 더불어 대기업 계열사(한진중공업)를 빼면 영남권 주택건설사 1위. 2014년 시공능력 평가에서도 40위로 부산 1위 건설사 타이틀을 차지한 바 있다.

1981년 창립된 동일은 지금까지 4만 세대 가깝게 주택을 공급했다. 지난해엔 3천800세대를 내놨다. 부산 동래구 명장동과 경기도 고양시 원흥·삼송 등 3개 단지가 그것. 이들 단지의 현재 미분양물은 채 80세대가 안 된다. 계약률 98%. 올해는 5천660세대가 목표다. 3월 경북도청 신도시 시범단지 1천500세대, 5월 대전 신탄진 2천340세대, 10월 김포 한강신도시 1천820세대로 모두 대단지다.

"연초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괜찮은 성적표를 예상한다." 동일 김종각 회장의 조심스러운 자신감은 단지 입지와 수요에서 비롯한다.

경북도청신도시 예정분은 시범단지 마지막 물량이다. 이달 중으로 도청 이전도 완료된다. 이전 수요가 충분하다. 신탄진은 지난 6년간 총 공급물량이 1천500세대에 불과했고 도심 재정비가 한창이다. 역시 대체 수요가 풍부한 편이다. 김포도 비슷하다. 지난해 말 분양 물량이 많았지만 이미 택지 공급이 끝났고 동일이 마지막 분양분이라 부담이 적다.

경북도청신도시나 신탄진은 동일의 사업 스타일을 대변한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신도시나 공급이 적었던 데가 주 타깃이다. 그래서 실패가 적다. "분양 잘된 동네라고 분위기에 편승한 채 무턱대고 들어가는 걸 지양한다. 기존 공급량과 수요층이 판단 잣대다." 김 회장 말이다.

부산 부동산업계에선 동일의 역발상에 주목한다. 불황일 때 나서고 호황일 때 물러서서다. 불황기엔 대체로 땅값이 싸다. 경기가 안 좋으니 저렴하게 땅이 나오기 때문이다. 동일은 이 땅을 사들여 집을 짓는다. 자연히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고 완판 가능성이 커진다. 선순환인 셈. 호황기엔 정반대다. 동일은 이렇게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사업은 과감하게, 관리는 안정적으로.' 동일만의 철칙이다. 과감성은 역발상의 다른 이름이다. 안정성은 자금력과 동의어다. 2015년 재무제표 결산 보고 기준으로 시공능력 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현금유보율이 6천200%로 2위다. 부채비율 또한 32%로 낮다. 차입은 제로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는 안 한다. 해서 주택도시보증공사와 부산은행 기업평가에서 5년 이상 A등급을 받았다.

동일은 내년에 주택 공급을 줄인다. 지방은 내년부터, 수도권은 2018년부터 입주 물량이 많아 소화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서다. 대신 동일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투자회사 설립. 장기적으로 기업 인수 직접 투자와 엔젤 투자를 병행하는 회사를 만들겠단다. 경기도 양평엔 리조트를 올린다. 지금 인허가 과정을 밟고 있다. 리조트 80%가 독채형이고 30%는 한옥 독채다. '자연 속 힐링 리조트'가 슬로건이다. 양산 통도환타지아 리노베이션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동일은 지난해 12월 한 복지재단을 인수했다. 100억 원을 출연한다. 출연금은 앞으로 꾸준히 늘려갈 생각이다. 저소득층 청소년과 독거노인, 장애아동 지원 사업을 펼치는 동일의 컨트롤 타워다. 김 회장은 "환경에 발목 잡혀 자기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건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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