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여중생 미라' 사건] 숨진 딸 방치한 방 곳곳에 방향·방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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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주택에서 경찰이 사망한 지 1년가량 된 미라 상태의 여중생 시신을 옮기고 있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이날 폭행치사 혐의로 이 학생의 아버지인 목사 A(47) 씨와 계모 B(40) 씨를 긴급체포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부천에서 다시 장기 결석생이 부모로부터 폭행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엔 피해 학생이 중학생이지만 부모에게 폭행을 당했고 숨진 뒤 시신이 장기 방치되는 엽기적 상황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불과 보름 전 부천에서 장기 결석 중인 초등학생이 부모 폭행으로 숨진 뒤 시신 훼손 상태로 냉동 보관되다 발견된 사건과 묘하게 닮아 있다.

■숨진 딸 11개월 방치한 '엽기 부모'

5시간 폭행 치사 아버지
엽기적 행태 드러나 충격

학교, 장기 결석 관리 허점
수사 의뢰 등 조치 않아


여중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11개월이나 장기 방치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A(47) 씨는 바로 숨진 여중생의 아버지였다. A 씨는 죽은 딸을 11개월이나 자택 작은방에 장기 방치했다. 시신은 백골화된 상태까지는 아니고 딱딱하게 굳은 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3일 A 씨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A 씨의 딸 시신은 이불에 덮여 있었고, 시신 주변에는 방향제와 습기 제거제 등이 놓여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의 부모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신도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개척 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으며 모 신학대학 겸임교수로도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녀는 숨진 딸을 포함해 1남 2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가족은 이웃과도 거의 교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 씨 가정은 화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A 씨는 전처가 2007년 병으로 사망하고 현재 아내 B 씨와 2012년부터 함께 살았지만 자녀들과는 숨진 딸 말고는 함께 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당국 이번에도 몰랐다

사진은 시신이 발견된 주택 내 방향제 모습.
14세 여중생이 11개월이나 숨진 채 방치됐지만 교육당국은 경찰이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수사 의뢰 등 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생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피해 여학생은 지난해 사망 당시 부천 모 중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나 입학 직후부터 결석을 했다는 게 교육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학교 측에선 이후 세 차례 출석독려서를 우편발송했으나 지난해 6월 말에 정원 외로 분류한 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 씨도 딸이 사망하고 보름여가 흐른 지난해 3월 말에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교육당국은 학교 측에서 아버지에게 경찰 신고를 하라고 요청해 가출 신고가 이어졌다고 현재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사건도 경찰이 피해 학생 시신을 발견할 때까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장기 미귀가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출 신고된 사건이 있어 여중생이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의 직접적인 협조는 없었다는 말이다.

■경찰, 부모 살인죄 검토

경찰은 부검 결과와 참고인 조사 등을 토대로 A 씨 등에게 살인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A 씨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 딸 사망 당일 폭행 사실만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A 씨 부부 등이 딸을 상습 폭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적극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당국의 장기결석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부산지역에서는 초등학생 3명이 장기 결석 상태로 방치돼 있었으나 최근 행방이 모두 확인됐다.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일제 조사 통보에 따라 장기 결석 중학생 현황도 조사하고 있다.

이현우·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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