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억류 신랑, 집으로
외교부 노력으로 기소유예…가족과 설 쇤다
속보="이제 집에 가는구나." 한 달 반 만에 임 모(31) 씨의 손에 여권이 쥐어졌다. 짙은 초록색 여권 표지에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 선명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에 지쳐갈 때는 그 국적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삶의 터전이고 가족이 있는 곳. 늦었지만 대한민국이 움직였고, 임 씨는 회한의 귀국길에 올랐다.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억울하게 절도범으로 몰려 한 달 넘게 돌아오지 못했던 한국인 남편 임 씨(본보 1월 29일 자 1면 등 보도)가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본보 보도 이후 국내외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교부와 태국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내린 덕이다.
신혼여행 갔다 체포된 임 씨
외교부 노력 끝에 기소유예
46일 만에 부산 땅 밟아
"가족과 설 보내게 돼 기뻐"
외교부 당국자는 3일 오후 태국 검찰이 임 씨의 스마트폰 절도 혐의에 대해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현지 경찰에 입건된 지 46일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임 씨는 3일 오후 태국 현지 법원에서 여권을 찾고, 이날 저녁 태국 코사무이에서 방콕으로 이동한 뒤 부산행 항공기에 올랐다. 임 씨가 탄 항공기는 4일 오전 부산 김해공항에 도착한다.
결혼 전까지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임 씨는 귀국이 확정되면서 지난해 12월 맞은 새 식구인 아내와 함께 첫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처음으로 사위 노릇도 하게 됐다.
임 씨는 "결혼 후 첫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면서 "많은 분이 신경 써 주신 덕분에 무사히 귀국길에 오르게 돼 정말 기쁘다"고 심경을 밝혔다. 임 씨의 가족도 명절을 앞두고 들려온 희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임 씨의 아내 윤 모(29) 씨는 "아직은 얼떨떨하다. 남편이 눈앞에 나타나야 실감이 날 것 같다.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임 씨는 보석금 300만 원 상당을 내고 불구속 상태로 한 달 넘게 태국 현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아 왔다. 그 사이 신혼의 단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결혼 전부터 열심히 알아봤던 일자리 5곳은 귀국을 하지 못하면서 면접 기회마저 허탈하게 날려버렸다. 말기 암으로 위독했던 아내 외조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본보의 첫 보도 이후 지난 1일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총영사가 임 씨를 만나 대책을 논의했고,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고위 관계자를 면담하는 등 전방위로 영사 업무를 펼쳤다. 태국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될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태국 측에 전달했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김세연 의원도 한국·태국 의회친선협회에 탄원 내용을 담은 정식 서한을 보냈다.
장병진·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