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기장 하천 '거대한 배수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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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복구가 이뤄지기 수년 전 하장안교에서 바라본 장안천 상류 방향 모습. 김경현 기자 view@

2014년부터 이뤄진 긴급 수해복구 공사 탓에 기장군 일대 자연하천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하천에 설치된 직각 콘크리트 옹벽은 과거 20년간 이어진 생태하천 복원을 거꾸로 돌려 하천을 거대한 '배수로'로 만들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하장안교에서 바라본 장안천의 모습은 처참했다. 장안천 상류 방향 양 옆에는 차가운 콘크리트 옹벽이 세워졌다. 하류 방향에도 바위를 직각으로 쌓아 올린 옹벽이 설치됐다.

2014년 수해로 복구 공사
자연 둔치 흔적도 없어
상류엔 콘크리트 옹벽도
'재해 예방에만 초점' 문제

수년 전 같은 장소에서 풍성한 녹음을 자랑하던 자연 둔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장안천뿐만이 아니었다. 용소천, 좌광천, 철마천 등 기장군 지역 상당수 하천에서 콘크리트 옹벽이 발견됐다.

2014년 8월 수해를 입은 기장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수해복구 비용으로 국·시비 2천400억 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기장 지역 17개 하천에서 공사가 시작됐다. 현재 장안천, 좌광천, 이곡천, 효암천, 덕선천, 수영강을 제외하고 수해복구 공사가 모두 완료됐다.

수해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같은 곳 현재의 모습. 녹음이 드리웠던 자연 둔치는 사라지고 콘크리트 옹벽이 설치됐다. 생명그물 제공
기장군이 공사 설계 과정에서 일부 하천 둔치를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이른바 '강성호안'을 만들면서 자연 하천이 순식간에 망가졌다. 이는 부산시가 지난 20년간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콘크리트 제방을 걷어냈던 것과 정반대다. 시곗바늘을 70~80년대로 되돌린 셈이다.

이 같은 하천 시공법이 생태를 파괴하는데도 기장군청은 수해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중호우 때 유속이 빨라지면서 물의 힘도 강해져 자연 둔치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설계 때부터 하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수해복구에 적절한 시공법을 선택한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천을 이렇게 손대면 주택 지역이 밀집한 하류의 홍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비가 내릴 때 중상류에서 엄청난 물이 불어나 하류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하천엔 유속을 줄여 주는 바위마저 사라져(본보 2일 자 1면 보도) 더 위험할 수 있다. 오히려 중상류에 습지 조성 등 범람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게 더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하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한데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재해예방에만 초점을 둔 수해복구 공사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하천 보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된 시대에 아직도 이런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기초자치단체에 하천 공사를 맡길 게 아니라 부산시가 생태·치수 등을 아우른 매뉴얼을 가지고 하천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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