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아이오와 경선] 공화 크루즈 '최대 승자'… 민주 샌더스 '아웃사이더의 반란'
'2위들의 반란'이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관문인 1일(현지 시간) 민주당·공화당의 아이오와 주 당원대회(코커스)에서 당초 2위로 예상했던 후보들이 선전했다.
공화당 경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에 뒤지던 2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깜짝 1위를 기록했고,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득표율 소수점 차이로 1위를 다투는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이들과 함께 트럼프를 턱 밑까지 추격한 '3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승자로 평가된다.
패배 트럼프 지지율 '거품'
루비오 예상 밖 선전 기대감
샌더스 '사실상의 동률'
9일 뉴햄프셔 결과 주목
■크루즈 '승리'·샌더스 '사실상 동률'
이날 양당을 통틀어 아이오와 코커스의 최대 승자는 크루즈 의원이었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크루즈 의원은 당내 강경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코커스 승리를 거머쥐었다. 코커스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에게 뒤졌던 그는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나머지 지역에서도 승기를 잡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아웃사이더 돌풍'을 몰고 왔던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과 "사실상 동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등한 대결을 펼친 것도 그가 '정치혁명'이라고 자평할 만큼 의미 있는 결과다. 지난해 그가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클린턴 전 장관 역시 완전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시각도 있다.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일격을 맞은 후 결국 대선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던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근소한 차이 나마 코커스 승리를 거두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공화당 코커스에서 23%대의 지지율을 얻어 2위 트럼프를 1%포인트 차이로 바싹 뒤쫓은 루비오 의원도 예상 밖 선전으로 앞으로의 경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3위, 뉴햄프셔에서 2위를 기록한 후 결국 대통령이 된 것을 떠올리면, 루비오 의원도 이번 코커스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트럼프 '휘청', 오맬리·허커비 '탈락'
공화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트럼프는 이번에 2위로 밀리며 뼈아픈 패배를 했다. 1위 루비오와 지지율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지고, 3위와의 격차는 한껏 좁혀져 내용 면에서도 완전한 패배로 볼 수 있다.
아직 아이오와 주 한 곳의 결과에 불과해 트럼프의 우위가 흔들린다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예상 밖의 이번 부진이 트럼프의 지지율 '거품'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로서는 가슴 아픈 결과일 수밖에 없다.
한때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젭 부시 전 주지사도 이번 코커스에서 3%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대권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됐다.
민주당의 제3 후보 마틴 오맬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와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부진한 코커스 결과에 공식적으로 경선 중단을 선언했다.
개표 막바지 오맬리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0.6%, 허커비 전 주지사의 지지율은 1.8%를 기록했다.
■美 대선 향후 일정
1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4개월여에 걸쳐 대의원을 뽑는 예비선거(코커스 또는 프라이머리)를 진행해 7월 각 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23개 주가 코커스를 시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주는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코커스는 정당에 등록된 당원들만이 참가하고, 프라이머리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2월 9일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등 대선 풍향계 지역을 필두로 12개 주에서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3월 1일 '슈퍼 화요일' 등을 거치면서 각 당 최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다.
7월 전당대회에서 출정식을 갖는 각 당 대통령 후보는 부통령 후보와 함께 본격 유세에 나선다. 이들은 9~10월 대통령 후보 간 3차례, 부통령 후보 간 1차례 열리는 TV토론에서 격돌한다. 이어 11월 8일 열리는 대선에서는 대의원단 538표 가운데 과반인 270표를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승자독식제' 방식에 따라 한 주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은 쪽이 그 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독식하게 된다. 12월 19일에 열리는 대통령선거인단 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치면서 미국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