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불출마 배경은? "더는 미련 없다" 최고의 위치에서 훈훈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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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야권의 총선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 전 장관이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0대 부산 총선의 마지막 '기대주'였다. '거물급 신인'으로 분류됐던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설동근 전 부산교육감 등이 일찌감치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오 전 장관만 유일하게 '응답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는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해양대 총장 등 굵직한 직책을 두루 맡았다. 게다가 친화력도 뛰어나다. 여야를 넘나드는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안철수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도 친하다.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도 "다른 사람을 야당에 빼앗겨도 오 전 장관만은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실제로 김 대표 측근들은 그를 수십차례 만나 영입을 제안했다.

여야 안 가린 러브콜 불구
'물러날 때'에 맞춰 큰 결심

反새누리 '핵심 고리' 불발
野 "마지막 기대주 잃어"

그러나 오 전 장관은 정치권의 끈질긴 구애를 뿌리치고 불출마를 선택함으로써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물러나야 한다'는 정치의 기본을 지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서병수 시장에게 아깝게 패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고, 이번 총선에서도 일부 부산지역에선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그는 '물러날 때'를 알았다. 그는 이에 앞서 본보와 가진 통화에서 "더이상 미련이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해 불출마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래도 부산 정치권에서는 '오거돈의 거취'를 예의주시했다. 그가 부산 총선의 '풍향계'였기 때문이다. 부산 정치권의 한 인사는 "오 전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부산 총선 구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며 "이제 선거판을 새로 짜야할 상황"이라고 했다.

그 어느 세력보다 다급해진 쪽은 부산의 야권이다. 문재인과 안철수로 대표되는 부산 야권 입장에선 오 전 장관 만한 '연결고리'가 없다. 양 세력이 융화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오 전 장관이 나선다면 '후보단일화'를 비롯한 야권 연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대하고 있었던 야권 연대의 축이 사라졌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다소 여유를 찾게 됐다. 친박(친박근혜)계와 김무성 세력이 충돌 일보 직전의 상황에서 오 전 장관마저 야권에 몸을 싣게 되면 새누리당은 큰 타격을 입게된다. 부산의 한 정치전문가는 "새누리당 계파 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과정에 오 전 장관이 불출마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오 전 장관이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부산의 일부 후보에 대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가 특정 정당을 지원하지는 않겠지만 개별 후보들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택·강희경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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