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재현, 표현 재미있는 차이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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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기 'Epoche, The border'.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휴대전화 카메라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젠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시대, 사진 전업 작가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 치열한 작가 정신과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사진전문미술관인 고은사진미술관은 오래전부터 작가들과 이 같은 고민을 공유해왔다. 그리고 2012년부터 전시를 통해 이 고민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사진 미래색' 전시가 바로 그 답이다.

고은사진미술관 '사진 미래색' 전
권도연·안종현·김전기 작가 참여
개성 있는 대상 접근 방식 제시

사진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기반으로 작업의 완성도와 실험 정신을 갖춘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시로 올해 역시 3명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상에 접근하고 있다. 개념, 재현, 표현 중심의 작업은 재미있는 차이를 만들어냈고 이번 전시를 보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세 명의 작가 중 올해 최종 작가로 선정된 권도연 작가는 '고고학'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땅에 묻히거나 버려진 사물을 발굴하는 것으로 시작해 작가의 삽질로 수집된 사물은 과거의 이름과 기능이 상실된다.  이전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한다. 우리가 아는 사물의 용도, 의미가 아니라 작가가 찾아낸 새로운 이름과 용도, 미학은 사물을 놓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상상놀이라고 설명한다. 펜화를 연상할 정도로 정교한 묘사가 인상적이며 부드러운 흑백 사진의 이미지는 기묘한 느낌마저 전한다.

안종현 `통로`.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안종현 작가는 '통로'라는 제목으로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한다. 작가의 사진 속 종묘와 종로 주변 익숙한 장소는 아무도 없는 새벽이면 우리가 모르는 낯선 장소로 변하는 모양이다. 새벽이라는 시간대는 잠시 속도가 멈춘 열차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것 같은 여유를 준다. 안 작가는 이 틈을 파고들어 사진으로 개입했다. 그에게 이 시간, 익숙했던 장소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통로'로 느껴졌고, 새로운 감수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해 주었단다.

김전기 작가의 'Epoche'는 그동안 작가가 쭉 보여준 동해안 7번국도 풍경의 연장선이다. 작가가 천착해 온 경계선 작업은 분단이라는 경계뿐만 아니라 군사지대와 일상 공간의 경계, 드러난 것과 은밀하게 감춰진 것 사이의 경계를 드러낸다. 긴장이 가득한 철책선은 작가의 사진에서 의외로 너무나 따뜻하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신했다. 직관적이고 감수성이 돋보이는 사진이다.

권도연 `고고학`.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세 작가는 사물 이름 너머를 상상하고 보이는 풍경 너머의 공간과 공간의 틈 사이에 존재하는 다른 차원으로서의 장소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새롭게 제안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시킨 점도 돋보인다.

고은사진미술관 이상일 관장은 "이 전시는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이들이 동시대 사진 매체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지, 그 사진의 대상을 통해 무엇을 사유하고 상상하는지 살펴보고자 기획되었다"고 소개했다. ▶'사진 미래색' 전=2월 17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권도연, 안종현, 김전기 작가 참여. 051-746-0055.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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