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태국 억류된 신랑,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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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간 부산 30대 절도범 몰려 출금

지난해 12월 19일 백년가약을 맺고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임 모(31·부산 금정구 부곡동) 씨 부부. 그림 같은 휴양지에서 허니문을 만끽하려 했던 꿈은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악몽'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밤, 아내는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편은 태국의 섬에 갇힌 채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임 씨는 태국 현지에서 휴대전화 주인을 찾아주려다 졸지에 '절도범' 누명을 쓰고 한 달 넘게 출국이 금지됐다. 외교부 당국은 "현지 사법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자국민 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혼여행 간 부산 30대 남성 
절도범 몰려 출국금지 조치
"외교부 뭐하나" 가족 분통


28일 임 씨와 여행사 등에 따르면 임 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신혼여행지인 태국 남부의 휴양지 코사무이에서 크루즈를 타고 인근의 작은 섬으로 당일 여행을 떠났다. 배에는 임 씨 부부를 비롯한 한국인 단체 여행객 9명과 현지인 등이 승선했다.

크루즈가 섬에 도착하자 하선을 준비하던 임 씨의 눈에 때마침 충전 중인 휴대전화 한 대가 보였다. 임 씨는 함께 배에 탔던 한국인 일행이 놓고 간 것으로 생각하고, 주인을 찾아주려고 휴대전화를 챙겼다. 주운 휴대전화를 한국인 다이빙 강사에게 전해준 뒤 여행을 즐기려던 임 씨 부부에게 갑자기 휴대전화 주인인 태국인이 나타났다. 신분을 밝히지 않던 이 태국인은 임 씨를 '도둑'으로 지목하고 경찰서 동행을 요구했다.

임 씨 부부를 비롯해 함께 배에 올랐던 한국인 9명과 현지인이 "훔치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증인으로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임 씨는 돌아가는 배에 오르지 못한 채 이날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 30분까지 무려 16시간 이상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이후 법원으로 이송돼 22일 오후까지 수감 중이던 임 씨는 같은 날 보석금으로 한화 300만 원 상당의 돈을 내고 나서야 임시 신분증을 받고 풀려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5일 귀국 예정이었던 부부는 결국 함께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임 씨는 현재 출국 금지 상태로, 자비를 들여 현지에서 숙소를 구해 머물고 있다. 여권 역시 현지 법원에 빼앗긴 상황이다. 임 씨는 신혼여행을 마친 뒤 회사 5곳에서 입사 면접을 볼 예정이었지만, 귀국하지 못하면서 취업 기회마저 허탈하게 날려버렸다. 지난 22일에는 아내의 외조모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임 씨 가족들은 외교 당국의 대응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임 씨의 어머니 문 모(54) 씨는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른다'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현재 사건이 현지 검찰에 송치됐고, 재판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재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 달라고 현지 법원과 검찰에 요청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 씨가 주운 휴대전화의 주인은 태국 현지 고위 경찰 간부로 임 씨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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