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5곳 인수한 시설공단 '74억' 적자
부산시설공단이 지난 10여 년간 5개 지하도상가를 관리하면서 74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고 재정자립도도 83.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공단의 상가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시가 공공시설인 부산시설공단에 대해 실시한 경영수익구조 분석 결과를 시의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10여 년간 지하도상가 관리
재정자립도 83.6%에 그쳐
시설 개보수·인건비에 허덕
신규 투자 여력 없어 악순환
본보가 입수한 보고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설공단은 2001년 11월 국제지하도상가의 운영권을 인수한 이래 2008년 7월 남포 및 광복지하도상가, 2013년 3월 서면 지하도상가, 2014년 2월 부산역지하도상가 운영권을 차례로 인수해 관리해왔다. 이 기간에 시설공단은 382억 원의 수입을 올렸으나 지출은 456억 원에 달해 74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시 보고 자료에 따르면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지하도상가 운영 수입은 임대료와 관리비가 97%에 달하고, 관리 대상 상가의 79%가 수의계약 형태라 임대료 수입 증대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출은 인건비 및 시설 노후화에 따른 시설 개·보수 비중이 높고 시설 투자 지출 감축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상가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는 지하도상가의 운영 수지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자인한 것이다. 실제, 부산시는 올해부터 재정자립도 100% 이상 유지하겠다는 시설공단 경영 개선 추진 목표를 세우고 공개 경쟁입찰과 상가 가치의 재감정을 통해 임대료를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1천 개가 넘은 지하도상가 입점 상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역지하도상가의 한 점주는 "시설 개·보수에 대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상가가 낙후되고 손님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임대료 올릴 생각부터 하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시설공단은 연간 20억 원가량을 5개 지하도상가의 시설 개·보수에 투자하고 있는데, 상인들은 턱없이 적은 규모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설공단이 관리하는 5개 지하도상가는 지은 지 20~30년이 넘어 전기 배선, 환풍시설, 소방설비는 물론 인테리어도 낡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부산시도 앞으로 최소 150억 원의 시설 개·보수 비용이 필요하고, 오는 4월 서면 대현프리몰 운영권을 인수할 경우 130억 원의 추가 개·보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도상가 관리에서 누적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다 시설공단 역시 전체 부채 규모가 900%를 상회하고 있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공단이 상가 관리 및 마케팅 분야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상인들의 불만 요소다. 지하도상가를 관리하는 시설공단의 인력들이 잦은 순환 근무로 전문성을 쌓기 어렵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의대 유통관리학과 박봉두 교수는 "시설공단이 적자 누적, 신규 투자 여력 부족, 상가 부실, 적자 가중 악순환 고리에 빠진 듯하다"면서 "시설공단 부실은 결국 상인과 시민들에게 손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운영권 신규 인수로 몸집을 키우기보다 가능한 부분부터 민영화를 추진해 군살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