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8억 받아 챙기고 통장잔고는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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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에 본사를 둔 미용 체인업체의 유사수신 및 사기 혐의(본보 지난 12일 자 8면 등 보도)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투자자와 회원 가입자들의 피해 규모가 무려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투자금 회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미용업체 A사의 유사수신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결과 해당업체 법인계좌에는 잔고가 한 푼도 남아 있지 않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업체 대표 B(52·여) 씨를 구속하는 한편 업체 관계자 5명을 불구속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미용업체 사기 사건
경찰, 업체 대표 구속
투자비조로 820억 모으고
회원 가입비로 108억 받아


개인적으로 피부관리숍을 운영하던 B 씨가 법인을 차린 뒤 본격 사업 확장에 나선 때가 2010년 초였다. 피부관리실과 의류점, 헤어숍, 커피전문점 등 겉으로 보기에 공격적인 사업확장이 이뤄졌다. 모두 고수익을 미끼로 끌어모은 투자금이 바탕이 됐다. '매장 수익을 통해 원금 보장은 물론 매달 투자금의 3%를 주겠다'는 미끼를 문 투자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실제 초기에는 배당금도 착착 들어왔고, 업체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매장 영업실적도 좋았다. 그러나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이 모든 것은 투자자들을 계속 확보하기 위한 눈속임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 씨 등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650명의 투자자에게서 적게는 5천만 원, 많게는 4억 원씩 투자금을 받아 모두 820억 원의 돈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배당금 등으로 다시 빠져나갔다.

잘나간다던 매장에서 나오는 수익도 보잘것없었다. 경찰이 해당 업체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A업체가 매장 운영으로 낸 수익은 전체 수익 중에서 고작 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수익의 대부분은 기존 투자자들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새 투자자로 끌고 와서야 발생했다. 이 업체 수익의 94%가 새 투자자 유치에서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신규 투자자를 영입하지 않으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돌려 막기 식 영업구조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파악된 A사의 전국 매장은 69개였다. 경찰은 이들 매장 중 20여 개가 대학에서 피부미용과를 갓 졸업한 자격증 소지자의 명의만 빌려 차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눈속임이었다.

투자자들만 피해자는 아니었다. 경찰은 이 업체가 각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피부 마사지 등 장기 서비스를 해 주겠다고 속이고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하는 수법의 사기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만 해도 1만 800명에 달하고 그들이 A사에 신용결제를 한 금액만 108억 원이나 됐다.

박용문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업체 대표 등이 빼돌린 은닉자금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으나 대표의 집도 월세이고 차도 없는 등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유사수신 범죄 형태가 워낙 다양해, 문제가 됐을 경우 투자금을 돌려받는 길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화미주 등 지역의 건실한 미용업체는 이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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