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한 삼성 태블릿PC 알고 보니 중국산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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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커플이 번화가 게임기에서 수차례 도전 끝에 뽑기에 성공한 태블릿PC, 식당 사장님이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선물로 받아 딸에게 선심 쓴 블루투스 헤드셋. 이렇게 손에 얻은 전자기기가 있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로고가 선명하더라도 중국산 '짝퉁'을 의심해 봐야 한다.

검찰, 완제품 밀수 첫 적발
국내 대기업 모조품 1만여 점
경품 게임기 등 통해 유통
2명 구속·11명 불구속 기소

국내 유명 브랜드 전자제품을 본떠서 만든 중국산 '짝퉁'을 국내로 역수입해 유통시킨 일당이 검찰에 처음으로 적발됐다. 부산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승면)는 삼성전자 태블릿 PC, LG전자 블루투스 헤드셋 등 국내 대기업 브랜드 전자제품의 모조품을 대거 밀수해 전국에 유통시킨 일당 13명을 적발, 밀수업자 A(35) 씨와 유통업자 B(48) 씨를 구속 기소하고, C(37) 씨 등 중간 유통업자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중국에서 밀수한 위조 제품을 국내에서 보따리상에게 건네받은 뒤 B 씨를 거쳐 전국 유통업자들에게 넘겼다. 이 위조 제품들은 대부분 전국 곳곳의 핵심 상권 노상에 설치된 크레인 경품 게임기로 유통됐고, 일부는 홈쇼핑이나 보험회사의 판촉물로 팔려나갔다. 삼성·LG 제품 외에 40만 원짜리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한 미국 음향기기 브랜드 '닥터드레'의 짝퉁도 있었다.

검찰은 A 씨가 지난해 하반기 동안 전국에 유통시킨 짝퉁은 정품 시가 60만 원짜리 삼성 태블릿 PC 모조품 1천99점, 정품이 10만 원인 LG전자 블루투스 헤드셋 모조품 350점을 포함해 총 1만 5천192점으로 파악했다. 정품 가격으로 계산하면 12억 520만 원어치다. 검찰이 A 씨의 서울 강서구 화곡동 컨테이너, B 씨의 경남 양산 물류창고에서 압수한 물량만 6천76점, 정품 시가 8억 7천만 원에 달한다.

케이블이나 충전기처럼 전자제품 부속제품 외에 태블릿 PC와 같은 고가의 전자제품 완제품 짝퉁 밀수를 국내 수사기관이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세계적인 국내 브랜드의 불법 복제품이 등장한 지는 오래됐지만, 중국 현지 제조 공장이나 국내에 반입되는 구체적인 경로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 중국 현지 공안과 협력해 단속한 것을 제외하면 국내 수사기관의 적발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압수 제품을 보면 포장 박스부터 제품의 디자인까지 브랜드 제품과 흡사했다. 부산지검 송삼현 1차장검사는 "국내 브랜드 위조품의 밀수·유통 과정을 적발해 국내 브랜드를 보호한 첫 사례"라며 "일부 제품은 정품으로 오인할 정도로 정교해 국내 브랜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는 만큼 앞으로 세관과 협조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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