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무방비…안심 못할 '안심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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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3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 때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으나 안심번호가 과연 국민여론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안심번호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새롭게 생성한 번호를 말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직선거법 57조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업자는 정당이 당내 경선 등을 위해 안심번호를 요청할 경우 성별·연령별·지역별로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이를 가상의 안심번호로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기존 유선전화 방식의 여론조사가 수신율이 낮고, 여론 조작의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따른 보완책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공천룰 확정을 통해 당내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의 비율을 70%로 높이기로 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당원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고 100%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만큼 안심번호는 후보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인이다.

휴대전화 고객 주소 이전
확인 절차 없이 언제든 가능
친인척 동원 전입 소문 돌아
與 상향식 공천 악영향 우려

하지만 안심번호가 결코 공정성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휴대전화 위장전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휴대전화 사용자는 언제든 통신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별다른 주민등록상 확인 절차 없이 자신의 주소를 옮길 수 있다. 최근 대구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있는 한 예비후보가 타 지역에 살고 있는 친인척 20여명의 이동통신 상 주소를 자신의 주소지로 옮겨 놓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경선이 끝나면 다시 원래 주소로 옮기면 된다고 설득한 뒤 이동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서 주소를 변경하게 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동사무소 등에서 주소를 옮기는 '위장전입' 사례가 있었지만 이동통신 상 주소를 변경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휴대전화 위장전입을 통한 여론왜곡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려면 적어도 몇천개의 안심번호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우려를 일축했다.

또 새누리당이 임박한 경선일정에 맞춰 안심번호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각 정당은 경선일 23일전까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안심번호 제공 요청서를 제출해야하고, 선관위는 이를 3일 이내에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은 2월 중순에서 3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경선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이르면 내주부터 선관위에 안심번호 제공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공천관리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하고 있어 상당수 지역에서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안심번호를 제공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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