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덜덜' 어장 걱정에 '덜덜덜'
"이렇게 갑자기 강추위가 올 줄 몰랐네요. 우짜든지 물고기들이 잘 버텨야 할 텐데…"
남해안 최대의 양식활어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앞바다. 연일 계속되는 기록적인 한파로 해수 온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양식 어류들이 폐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연초까지 이상고온 현상을 보이던 수온이 순식간에 어류 동사 한계점까지 근접하면서 어민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양식장을 떠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온 더 떨어지면 떼죽음"
남해안 양식장마다 초비상
창원, 1월 하순 최저기온
내일 낮부터 한풀 꺾일 듯
유지홍(40) 씨의 양식장에는 어린 참돔, 돌돔 60만여 마리를 비롯해 당장 출하할 수 있는 3년산 돌돔 15만여 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런데 1주일 전 10도 정도 하던 양식장 수온계가 지금은 6.7로 뚝 떨어졌다. 유 씨는 "여기서 조금만 더 떨어지면 다 죽는다"며 "다른 양식장도 사정이 똑같은 초비상 상태다"고 말했다.
24일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해양 가두리양식장이 밀집한 통영과 고성, 거제 앞바다 수온은 주말 사이 7도 이하를 기록 중이다. 불과 1주일 사이 4도가량 떨어졌다. 참돔 등 돔류나 쥐치 같은 온수성 어종은 수온이 6도 이하인 상황이 하루 이상만 지속되면 폐사한다. 현재 경남 남해안 해상가두리 양식장의 어류 총량은 2억 2천여만 마리. 이 중 30%인 6천200여만 마리가 저수온에 취약한 돔류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남해안에선 양식 참돔 등 400여만 마리가 얼어 죽었다.
수산 당국은 양식 어류 동사의 최대 고비를 한파가 한풀 꺾이는 이번 주 후반으로 보고 있다. 경남 수산기술사업소 관계자는 "수온은 육상보다 2~3일 늦게 반응한다. 밤낮 수온 차가 커 어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자칫 대량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 강서구 일대 김 양식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와 강풍으로 김의 줄기와 잎이 많이 떨어지면서 수확량 급감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강서구 일대에는 김양식장이 750㏊ 규모로 85개 양식장이 있다. 김 양식을 하고 있는 오성태 명지·중리 어촌계장은 "올해 들어 날씨가 너무 따뜻해 줄기들이 흐무러진 상태에서 며칠 사이 한파로 김 잎들이 다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부·울·경 전 지역에 24일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경남 창원은 이날 오전 영하 12.6도까지 떨어져 1월 하순 날씨로는 관측 사상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부산의 최저기온은 영하 10.2도, 울산은 영하 11.4도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25일에도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많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부산, 울산, 창원 모두 영하 8도로 24일보다는 약간 오를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은 모두 영상권을 회복하겠다. 기상청은 26일 낮부터는 기온이 점차 올라 추위가 누그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진·이자영 기자 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