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살해" 옥중 자백 살인범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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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형 선고를 앞둔 살인범이 감옥에서 한 형사를 찾았다. 살인범이 형사를 만나 털어놓은 고백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10건 더 있다는 것이었다. 오락가락하는 살인범의 진술을 붙들고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묻힐 뻔했던 13년 전 또 다른 살인이 무기징역이라는 죗값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뒤였다.

살인죄로 복역 중인 50대
형사에 "10명 더 죽여" 고백

13년 전 사건만 유죄 인정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영문)는 두 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모(51) 씨에게 한 건의 살인만을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씨는 2003년 6월 잠시 동거했던 A(당시 34세) 씨를 대구 자신의 집에서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 내 경남 함양군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와 2007년 11월 부산 서구 거리에서 부딪친 행인 B(당시 38세) 씨를 홧김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2010년. 부산 주점 여종업원을 목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던 이 씨는 과거 정보원을 통해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던 김정수 형사(당시 부산시경 마약수사대)를 불러 10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한다. 직접 작성한 '살인 리스트'에 따르면 이 씨는 1990년대 초부터 살인을 시작했고, '낙동강 갈대숲' 등 사체를 유기한 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수사는 녹록지 않았다. 이 씨는 자백을 모조리 번복했다. 2010년 9월, 자신이 지목한 장소에서 A 씨 유골이 발견됐는데도 도박 빚 탕감 대가로 제3자의 부탁을 받고 사체를 유기만 했을 뿐 자기가 죽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부 사건은 이 씨가 지목한 장소를 파헤쳤지만, 사체가 나오지 않았다. 이 씨의 진술밖에는 의존할 게 없는 안갯속 수사 끝에 두 건을 특정해 기소한 것이 2012년, 2013년이었다.

재판부는 이 중 2003년 살인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A 씨가 이 씨의 전화를 받고 나가 실종됐으며, 이 씨가 살해 당일 이후부터 A 씨와 연락을 끊은 것을 볼 때 A 씨의 실종과 사망이 이 씨와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살해 수법이 잔혹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들이 7년 넘게 막막한 시간을 보냈으며, 자백과 번복으로 수사기관을 농락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무기징역 이유를 밝혔다.

반면 2007년 사건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 씨가 사건 당시 범행 장소 인근에 있었지만 살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게다가 현장에서 발견된 족적이 이 씨의 것과 달랐다.

2010년부터 이 사건을 붙잡고 나 홀로 수사를 계속해 온 김정수 부산 남부경찰서 경위는 "아직 수사할 게 한 건 더 남았다"고 말했다. "사체 외에 직접적인 증거라고는 없어 어려움이 많지만, 형사니까, 죽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계속해야지요. 그게 수사 아닙니까?"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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