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공천제는 PK 신인들의 '무덤' 현실로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면서 '공천권을 국민에게'를 외쳤다. 당대표나 계파보스가 휘둘러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자랑했다. 청년·여성·신인들에게 10~20%의 가산점을 주고, 결선투표제도 도입했다. 현역 국회의원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당원 대신 일반인 참여 비율을 대폭 확대했다. 외견상으로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민주주의 제도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아니다"다. 새누리당의 말만 믿고 1년 넘게 지역구를 분주히 누벼온 신인들은 여전히 죽을 쑤고 있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월등히 유리한 제도 덕에 기세등등하다. 현역 국회의원 뿐만 아니다. 이리저리 기회만 엿보던 '거물급 인사들'은 오랫동안 지역구를 관리해온 '이름없는' 신인들을 내쫓으며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신인·여성 가산점 부여해도
현역·거물급 인사에 역부족
조경태와 경쟁후보들 '멘붕'
친박계 실세 최경환 의원
상향식 공천 비판 '눈길'
그야말로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상향식 공천제가 결국 '신인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무리 신인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도 인지도 높고 조직(당협) 장악력이 높은 현역 의원을 이기기는 힘들다"며 "가산점 제도는 신인들에겐 빛좋은 개살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부산의 모 지역구에 출마한 한 후보는 "우리 지역 국회의원은 의정활동 못하기로 소문났지만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다른 신인들을 압도적으로 앞선다"며 "현재의 공천룰이 유지되는 한 가산점 제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산 사하을을 단적인 예로 거론한다. 이 지역에는 수많은 신인들이 1년 넘게 표밭을 누벼왔지만 조경태(사하을) 의원의 입당이 발표된 뒤 기존 후보들은 사실상 '멘붕' 상태다. 사하을 이호열 후보는 "이 지역에서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한다면 조경태 의원은 누워서 공천장을 받아먹는 것"이라며 "이는 사하을에서 불철주야 표밭을 누벼온 새누리당 경선주자와 당원들에게는 청천변력과 같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상향식 공천제가 유권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다는 점이다. 부산일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현역 의원에 대한 '교체' 요구가 '다시 지지하겠다' 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제가 현역에게 재(再) 공천을 보장해 주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이 김 대표의 이런 태도를 작심하고 비판해 눈길을 끈다. 그는 23일 "야당은 지금 경쟁적으로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데 우리 당은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국민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구가 있는 만큼 당에서 책임을 진 사람들이 나서서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가 구성된 뒤 본격적인 외부인사 영입작업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의정활동이 부실하고 해당(害黨) 행위가 잦았던 PK 현역 의원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