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우샘프턴대 고고학 석사 '부산여행특공대' 김경규 씨 "산복도로 외국인 통역, 제가 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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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고고학을 배운 석사가 부산의 산복도로를 소개한다?

듣기만 해도 이색적인 조합이지만 지난 4일부터 실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여행특공대'에 올해 입사한 김경규(42) 씨 이야기다. 부산여행특공대는 원도심 출신 청년들이 만든 여행사로 개인 여행객들이 산복도로를 즐길 수 있도록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부산을 찾는 이들에게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

영어·중국어 원어민 수준 
중국서 받던 월급의 50% 만
"늙어도 즐겁게 일할 수 있어"

경남 남해가 고향인 김 씨는 2005~2010년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2011~2015년 중국 상하이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얼핏 김 씨와 부산은, 더구나 산복도로는 인연이 없어 보인다.

김 씨는 "사실 남해에서는 여수나 순천이 가까웠지만 꼭 친구들이랑 3시간씩 버스를 타고 부산에 와서 놀았다"며 "중·고교 시절 보통은 광안리·해운대가 더 좋았겠지만 우리 패거리(?)들은 이상하게 산복도로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몰래 술 한잔 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어른들 눈을 피해 '한잔' 할 수 있었던 산복도로는 그에게 추억과 그리움의 장소였기도 하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장소이기도 했다.

김 씨는 "추억이 서린 장소의 과거와 현재를 재밌게 이야기로 묶어 관광객에게 알려주는 일은 늙어서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김 씨는 중국에서 받던 월급의 50% 수준으로 부산으로 왔다.

그렇게 산복도로를 영어와 중국어로 원어민처럼 구사할 수 있는 가이드가 탄생하게 됐다. 그동안 지역 여행업계는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기 어려워 내국인 위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김 씨는 정식 가이드로 나선 것은 아니다. 현재 김 씨는 산복도로 특유의 감성을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김 씨는 "산복도로가 가지는 미묘한 느낌과 다양한 스토리를 가슴으로 이해는 하지만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외국어로는 더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외국인용 산복도로 가이드 프로그램이 완성된다면 김 씨는 외국인들이 해운대만큼이나 산복도로를 좋아할 것으로 자신했다. 김 씨는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은 한계가 있다"며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다 영국·중국 어떤 장소와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는 전망을 가진 산복도로가 인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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