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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동 골목길을 조사 중인 박건우·김진영(왼쪽) 씨.

대학생 박건우·김진영 팀의 '안전한 부산'

태양광 센서등·아크릴 거울 설치 제안
저렴한 비용으로 골목길 범죄 예방 효과


제7기 부산발전연구원 시민연구원 중 팀별 최우수상은 동의대 도시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건우(28) 씨와 김진영(24) 씨 팀이 수상했다. 이들이 선택한 주제는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범죄예방 환경디자인)' 이론을 접목한 '부산의 어둠에 빛을 뿌리다-골목길 환경개선 프로젝트'다. 김 씨는 "주제를 선정하고 심사위원 앞에서 첫 발표를 했을 때 셉테드는 이제 식상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최종 발표에서는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호평을 받았다"며 웃었다.

사실 이들이 빛을 주제로 정한 것은 김 씨의 경험이 컸다. 부산진구 전포동에 사는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밤늦은 시각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갈 때면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같이 술을 마시자"고 치근덕거릴 때가 많았다. 가로등이 별로 없어 어둡고 후미졌기 때문이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빛이 있어 밝아지면 잠재적 범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였다. 셉테드를 도입해 안전한 부산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지역으로 삼은 곳은 부산진구 전포동과 북구 덕천동 골목길이었다. 특히 전포동 골목길의 경우 인근에 송상현 광장이 있는 등 부산 중심지에 있지만, 밤이 되면 어둠에 휩싸였다. 절대적으로 가로등 개수가 작은 데다 곳곳에 폐가도 있다. 박 씨는 "밤에 현장 조사를 나갔을 때 어른은 손전등을, 아이는 스마트폰 불빛에 의존해 길을 걷는 것을 보고 빛이 꼭 필요한 골목이라고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1만 6천 원 태양광 센서등

조사 끝에 이들이 제안한 것은 1만6천 원에 불과한 태양광 센서등과 2만 원 이하로 제작할 수 있는 아크릴 거울이다. 가로등 하나를 설치하는데 40만~18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데 비해 이들이 제안한 아이템은 저렴한 데다 직접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씨는 "어두운 골목길에 붙여두기만 하면 낮에 태양열로 스스로 충전한 뒤 어두워졌을 때 사람이 지나가면 LED 등이 켜지는 구조"라며 "아크릴 거울 역시 가격이 저렴해 센서등과 함께 설치하면 반사 효과로 빛을 더 밝게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아크릴 거울은 원하는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다. 벽화 대신 디자인을 가미해 골목길을 꾸밀 수 있다. 이들은 사람의 일생,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아크릴 거울을 제작해 연작 형식으로 골목에 붙여보기도 했다.

범죄자의 범죄 의도를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박 씨는 "전포동 대상지 골목에도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지만, 밤이 되면 보이지 않아 무용지물인 점에서 착안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도시공학을 공부하면서 도시 개발 위주로 배웠는데 개발에 앞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셉테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우리 동네를 안전한 곳으로 바꿀 수 있다"며 힘차게 말했다.

회사원 김민정 씨의 '부산 피시위크'

자갈치 생선 가게를 둘러보는 김민정 씨.
북극곰 수영과 수산물 먹거리 연계
겨울 대표 축제 만들어 도시 매력 높여

개인 부문 우수상을 받은 김민정(35) 씨는 부산도시공사 투자개발단 과장이다. 어느덧 10년 차 중견 사원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직장에서 홍보와 기획 업무를 주로 맡으면서 자연스레 부산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 많았다.

2014년 회사 연수로 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1년 동안 국제도시계획에 대해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워낙 도시를 좋아해 전 세계 도시를 여행하면서 "아 이런 점은 부산에 접목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에서 탄생한 것이 '부산 겨울 해양관광 특화방안'이다.

김 씨는 "스페인 부놀은 평소 관광객이 찾을 이유가 없는 지역인데도 겨우 두 시간 동안 토마토를 던지는 게 전부인 축제를 보기 위해 전 세계인이 모여들더라"면서 "부놀 효과로 주변 도시까지 살아난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는 8월 스코틀랜드에 방문했을 때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가 축제로 되살아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같은 현장을 둘러보면서 "잘 만든 축제 하나가 사람들에게 그 도시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이미 있는 부산의 축제 중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 하는 '북극곰 수영축제'와 연계한 '피시 위크(fish week)'를 만들면 어떠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은 전 세계 다른 도시와 달리 시어(市魚)가 있을 정도로 생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다. 따라서 북극곰 수영축제가 있는 주간을 '피시 위크'로 지정하고 생선회, 어묵 등 부산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 씨가 주장한 '피시 위크'는 부산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 등을 활용한 해양 교육과도 연계한 개념이기도 하다.

■'부사너'를 브랜딩하자

부산하면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김 씨가 보기에 부산은 겨울에도 여행하기 좋은 도시다. 그는 "겨울이지만 바다 수온이 그렇게 낮지 않아 북극곰 수영축제도 개최할 수 있는 곳"이라며 "기존 축제에 '테이스트 오브 부산(Taste of Busan, 부산의 맛)', '부산 시티 패스(Busan City Pass)' 등을 도입하면 내·외국인 모두가 겨울에도 부산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대도시의 경우 겨울 비수기 때 레스토랑이 저렴한 가격에 창작 요리를 선보이는 '테이스트 오브 뉴욕(Taste of New York)' 같은 행사를 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이들 도시는 박물관, 미술관 등 관광지 입장권을 '시티 패스'로 묶어서 판매하는데, 관광객이 할인된 가격으로 도시 명소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 도시를 둘러보면서 도시의 힘은 브랜드도 건축물도 아닌 사람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김 씨는 "'뉴요커', '런더너'처럼 사람이 도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결국, 부산을 좋은 도시로 만드는 일은 '부사너(Busaner)' 스스로 부산을 고민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말로 부산 사랑을 드러냈다. 글·사진=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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