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국선 자리 없소?" 변호사는 생존 경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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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경쟁률 7대1…달라진 법조계 풍경

변호사 2만 명 시대, 업계 불황이 깊어지면서 변호사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눈물겹다. 과거에는 관심 밖이던 국선변호인 자리에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고, 민사소송 사건을 돕는 소송구조변호사에도 지원자가 줄을 서고 있다.

부산고등법원은 지난 20일 올해 신규 국선전담변호인을 뽑는 면접을 진행했다. 부산고등법원 관내 부산지법, 부산 동부지원, 창원지법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인은 모두 24명. 그중 결원이 발생한 4명을 새로 뽑는데 모두 2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7 대 1을 넘어섰다. 지난해 4명 선발에 20명이 신청한 것보다 더 늘었다.

"사건 수임·보수 안정적"
부산고법 국선 경쟁률 7:1
건당 30만 원 겸업도 늘어 

'변호사 2만 명' 시대 
달라진 법조계 풍경


국선전담변호인은 2년 임기 동안 월 20~35건 사이 법원이 배당해주는 사건을 수임하고, 월 600만~800만 원 보수를 받는다. 두 번 더 재위촉이 가능한데, 대개 6년을 꽉 채운다. 월 300만 원 안팎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 초임과 비교해도 안정적인 보수에다 수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매력이다.

전국으로 넓히면 경쟁률은 더 뛴다. 2006년 정식 도입된 국선전담변호인의 전국 경쟁률은 2007년 1.9 대 1에 불과했지만,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시행 직후 2009년 5.5 대 1에서 지난해에는 9.2 대 1까지 치솟았다.

일반 변호사 업무를 겸하면서 건당 30만 원을 받고 국선변호를 맡는 국선변호인도 신청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부산고법은 올해 6명 전속국선변호인을 뽑았는데, 부산변호사회가 신청을 받아 올린 명단은 110명이나 됐다. 2014년 50명, 2015년 70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선변호인 풀을 구성해 운영하는 부산지법 국선변호인에도 올해 238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부산변호사회 전체 회원(656명)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법원 지정을 받아 수급자나 장애인 등을 위해 민사나 회생·파산 사건의 소송을 돕는 소송구조지정변호사도 예외는 아니다. 건당 100만 원 안팎을 받고, 사건 자체가 많지 않은데도 올해 부산고법에만 70명이 신청해 그중 34명만 선정됐다.

변호사들이 한 건이라도 더 수임하기 위해 국선이나 소송구조지정 변호사에 몰리는 이유는 변호사 대량 배출에 따른 법률시장의 경쟁 때문이다.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지난해 10월로 2만 명을 돌파했다.

해마다 1천500명씩 쏟아져 나오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취업은커녕 실무 수습 기회조차 찾지 못해 발을 구르는 처지다. 기존 변호사들도 생존 경쟁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부산변호사회 조용한 회장은 "청년 변호사들에게 기회를 주고 보다 많은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선전담변호인과 국선변호인을 통합하고, 국선과 소송구조지정변호사의 예산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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