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탐방] 5. ㈜테크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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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일군 '친환경 벤처' 대명사

부산 사상구 부산디지털밸리 내 ㈜테크유니온 신유정 대표가 친환경 합성 목재 등 주력 생산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친환경 소재를 제조하는 ㈜테크유니온(부산 사상구 대동로)의 신유정(47) 대표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여성 벤처 기업인이다. 부산디지털밸리에 자리한 본사 집무실 한쪽 벽면은 각종 특허와 실용신안, 디자인 등록증 등 86건의 인증서가 말 그대로 빼곡하게 '도배'돼 있다.

테크유니온은 △조경시설물, 디자인형 울타리, 방음벽, 방음터널 등 스트럭쳐 부문 △마일드 박리제, 수용성 탈지제, 하이브리드 불연보드 등 화학 소재 △이중강화 특수목재, 하드코어 패널 등 신소재 부문을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조경시설물·방음터널 등
친환경 소재 제조 전문업체

초기 미 국방부·대학 돌며
1년간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인체 무해 '박리재' 개발해 내

지속적 연구로 '86건 인증'
지난해엔 매출 100억 달성


신 대표는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던 1998년 풍산정밀에 치공구를 위탁 제조, 납품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제환경법을 전공한 신 대표는 지구 환경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리우협약이 세계적 이슈로 부상하자, 친환경 제품에서 회사의 비전을 찾았다.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군 장비와 방산 기계를 분해해 수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계에 입혀진 도료를 벗겨내야 하는 데 이때 사용하는 박리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생산해 납품해보라는 방위사업청의 제의를 받게 된 것. 맹독성 유해물질인 박리재는 불임이나 심각한 신체 기능장애를 유발했다. "생소한 분야이던 박리재 연구에 앞서 도료에 대한 분석부터 했습니다. 미 국방부에서 제조한 페인트가 군 장비에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고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났어요."

미 국방부와 대학, 사설연구소 등을 무작정 찾아 다녔다. 지난한 시행착오 끝에 미국 생활 1년여 만에 인체에 무해한 침투제인 '마일드 박리재'를 개발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개발과 사업화는 별개의 문제였다.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기술 하나 달랑 앞세운 여성 벤처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학 소재 제조 부분은 오염 산업이라는 세간의 인식 탓에 공장 부지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시제품만 내놓으면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방위사업청의 발주는 더디기만 했다.

"수년 동안 매출이 제로 수준이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대로 사업을 접어야 하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죠," 회사는 2006년 국방부와 7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마일드 박리제'가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서 활로를 뚫었다.

테크유니온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합성목재 'T-WOOD'를 개발해 상용화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녹색기업으로서 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후 낙동강 에코센터 탐방 테크로드, 아라뱃길 테크로드 등 굵직한 국책 사업장과 공원, 전망대, 건축공간 등의 시공재로 활용되고 있다. 2010년 개관한 청와대 사랑채의 바닥재에도 테크유니온의 친환경 합성목재가 들어갔다.

테크유니온은 매년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 선박용 하이브리드 불연보드, 자동차용 경량화 바닥재, 내구성을 높인 불연성 방화문 등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테크유니온은 이달 들어 뉴질랜드 업체와 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신 대표는 2013년 12월 '부산 엔젤투자 1호'로 부산의 한 스타트업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후배 벤처인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벤처 창업은 막막할 수밖에 없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큰 가슴으로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제대로 된 기술력이 이를 뒷받침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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