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도어 '공사' 아니라 '물품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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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이 '공사'가 아닌 '물품 구매'라는 입찰 방식을 줄곧 고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된 대기업은 잇속만 챙긴 후 사업 대부분을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는 구조가 이뤄졌고 특정업체의 사업 독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통공사 입찰 방식 고수
현대로템 잇속만 챙기고
100% 하청 줄 수 있어
특정 하청업체 독식 가능


무엇보다 이 같은 입찰 방식으로 하자 보수 책임이 모호해지고, 스크린도어 품질도 전혀 개선되지 않으면서 도시철도 이용 승객의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부산도시철도 2호선 11개 역사에 대한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 입찰을 진행하면서 '물품 구매' 방식을 지정, 사업자로 대기업인 현대로템을 선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은 줄곧 물품 구매 방식으로 발주가 이뤄졌다. 교통공사 측은 "스크린도어 사업은 물품 구매 또는 시설 공사로 선택해 발주할 수 있도록 돼 있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이 2012년 5월 이후 11차례 진행되면서 대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해 놓고 실제 사업을 특정 하청업체가 모두 독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이 물품 구매 입찰 방식 때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물품 구매로 지정한 입찰에는 하도급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사업을 따내더라도 제 이익만 챙기고 사업을 하도급업체에 맡겨도 문제가 없다. 이번에 현대로템이 11개 역사 설치 공사를 따낸 뒤 이익을 남기고 특정업체에 턴키 방식으로 공사 대부분을 떠넘겨 논란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설 공사로 발주했다면 건설산업기본법 등의 법규 때문에 스크린도어 설계·제작 기술이 부족한 대기업은 입찰 참여가 어려웠을 것이고, 더구나 다른 업체에 하도급을 주더라도 일정 부분만 넘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물품 구매 시에는 구매 제품의 규격을 확인하고 승인하는 절차만 거친다. 이 때문에 기술 검토 등의 과정이 없어 스크린도어 안전성 등을 검토할 필요도 없게 된다. 시민 안전을 위해 진행되는 스크린도어 설치 사업에서 안전을 담보할 과정 자체가 없는 셈이다. 실제 부산도시철도 스크린도어는 품질보증 기간이 1년으로 돼 있어 그 이후 문제가 생기면 모두 시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광주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에도 스크린도어 사업을 과거에는 물품 구매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감사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고는 시설 공사 방식으로 입찰 방식을 바꾸기도 했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스크린도어는 구조체 등 물품 비중이 상당히 커서 물품 구매 입찰을 진행해 왔다"며 "전체 사업비 절감 효과가 있어서이지 특혜를 주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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