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기계업 "이란 특수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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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 시장을 겨냥한 우리 기업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기계 부품과 건설업체 등은 이란에서 사회기반시설(SOC) 발주가 줄 이을 것으로 보고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도로 철도 항만 댐 병원 등 인프라 공사와 주택 건설공사가 대거 발주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하지만 이란 정부의 재정이 튼튼하지 않고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 제재 풀리며 기대 고조
공업도시 이란타브리지 市
부산 상공계에 벌써 '러브콜'

시, 4월 지역 경제인 파견

■움츠렸던 교역 봇물 이룰 듯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기업들의 대 이란 무역 규모는 29억 9천만 달러 정도다. 전체 부산 무역 규모의 1%도 안 되는 비중이었다. 주로 철강, 수송기계, 기초산업기계, 석유화학 분야의 교역이 많았다. 그러나,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란이 석유 관련 중공업과 사회기반시설 재건에 힘을 쏟으면서 기계 부품 산업과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벌써 이란의 이란타브리지 시(市)는 부산 상공인들과 자매결연 의향서를 제의해 오기도 했다. 이란타브리지 시는 자동차 부품과 카펫으로 유명한 공업도시다. 자동차 부품과 신발 산업을 발달한 부산과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도 지역 경제인들로 사절단을 꾸려 오는 4월 이란에 파견한다. 사절단에는 지역 기계부품업체 10여 곳도 함께할 계획이다. 사절단은 이란 수도 테헤란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방문해 지역 업체들의 중동 진출 계획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오는 25일 지역 산업 각 분야 협회 관계자들과 유관 기관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고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 판로 개척에 대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건설업계도 과거 중동의 5위 건설 시장이었던 이란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부산 지역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이란은 인구가 8천만 명에 이르는 데다 산유국인 만큼 매력적인 나라"라며 "국내 공사 물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부산 건설업체들에겐 호재"라고 밝혔다.

■유럽·중국과 경쟁 위해 합작 필요

이란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1년에만 연간 170만 대였다. 시장 포화를 겪고 있는 한국 완성차 업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다. 다행히 현지에서 한국 차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편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산 가전제품은 특히 인기가 좋다. 이란 인구의 60%는 30세 이하의 젊은이여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숙하다. 이란에서 한국 TV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된다. 2014년에 한국이 이란으로 수출한 물품 가운데 영상기기는 3위, 냉장고는 4위, 무선통신기기는 9위에 올랐다.

항공·해운업계에도 덩달아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이란에 대한 수출이 늘고 관광에 대한 수요도 생기면서 이란을 오가는 여객과 물동량이 늘 것이라는 관측 때문. 한국과 이란은 1998년 항공협정을 체결해 주 4회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운수권을 만들어놓았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6척을 단독으로 투입해 주 1회 상하이·광양항·부산항·닝보 항 등을 거쳐 이란 반다르압바스 항을 오가는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현재 컨테이너선 7척을 투입해 주 1회 정기적으로 기항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부산 산업계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란경제협력센터 한영산 대표는 "현지에서 보니 유럽 기업들은 3개월 전부터 이란에 들어와 준비를 마친 상태"라면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에 맞서고, 강력한 국산화 정책을 쓰고 있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이란 기업들과 합작을 시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덕준·박진국·김한수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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