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시신훼손' 父 살해 여부 집중 수사
인천에서 초등학생 시신이 훼손된 채 냉동 상태로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 초기 수사에서 아버지는 숨진 어린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뒤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각종 의문점도 꼬리를 물고 있다.
출석 안 하던 인천 초등생
4년 만에 숨진 채 나타났지만
시신 훼손 이유 무엇인지
왜 냉장고에 보관했는지
사망 원인 등 의문투성이
■부모 모두 구속… 살인은 부인
부천 원미경찰서는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된 A 군의 아버지를 15일 체포한 후 부모 살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 군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10월께 욕실에서 넘어진 뒤 그 다음 달 숨졌다는 아버지 B(34) 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B 씨와 그의 아내 C(34) 씨를 추궁하고 있다.
법원은 B 씨의 구속영장을 17일 발부했다. B 씨는 폭행치사, 사체 손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어머니 C 씨도 16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B 씨는 시신 일부의 행방에 대해서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화장실 변기에 버렸다"고 진술하고 있을 뿐, 다른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배낭과 옷가지, 세면용품 등을 발견하는 등 도주 정황도 확인했다. 경찰은 A 군이 사망한 정확한 시점, 사망 경위, 시신 훼손 및 보관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해 나가고 있다.
■4년 만에 드러난 엽기 사건
두 사람 다 살인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건 실체가 미궁에 빠져 있다.
경찰 초기 수사 등을 토대로 하면 A 군은 2012년 3월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B 군은 입학 직후 같은 반 학생 얼굴을 연필로 찌르는 등 말썽을 부렸고 이 문제가 시끄러워지자 4월 30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두 차례 출석 독려장을 보냈지만 모두 반송됐다. 그렇게 90일 넘게 장기결석을 한 A 군은 2012년 8월 31일부터 정원외관리대장에 올랐다.
아버지 B 씨는 A 군이 등교를 하지 않은 채 다섯 달쯤 흘러 욕실에서 넘어져 숨졌다고 진술했다. B 씨가 강제로 욕실에 끌고 들어가 목욕을 시키려다 A 군이 앞으로 세게 넘어진 후 방치됐다는 것. 그후 한 달간 A 군은 병원 치료 등을 받지 못하다 11월 초순께 숨졌다는 게 아버지 B 씨의 진술. B 씨는 아들의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뒤 비닐에 담아 집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진술했다.
범행은 4년여가 흐른 후 교육당국이 장기결석 학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드러나게 됐다. A 군이 다닌 초등학교에서 어머니 C 씨와 전화로 연결된 때는 지난 13일. 당시 C 씨는 "아들이 가출해 내가 실종신고를 했다"고 했다가 "삼촌이 신고했다" "남편 지인이 신고했다" 등으로 말을 바꿨고, 수상히 여긴 교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후 부부는 경찰 수사 등을 우려했던지 아들 시신이 든 가방을 인천의 지인 집에 "이삿짐"이라며 맡기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이후 경찰은 14일 인천의 한 빌라를 찾아 어머니 C 씨를 먼저 체포했고, 이튿날 인천의 집 근처에서 B 씨도 붙잡았다. 곧바로 A 군 시신이 든 가방도 찾아냈다.
■납득 못할 의문점들
경찰이 아직 사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면서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부모들의 진술이 상식적이지 못한 데다 증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다. 우선 A 군이 정확히 언제 사망했느냐이다. A 군의 행적은 2012년 4월 학교에 나오지 않은 뒤로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사망 원인이나 피살됐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
B 씨가 아들 시신을 훼손한 이유도 오리무중이다. B 씨와 C 씨는 A 군의 친부모이며, 시신 훼손을 인정한 아버지 B 씨도 정신병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이유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신을 흉기로 훼손해 냉장고에 몇 년씩 보관했다는 사실은 일반인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죄심리분석관 2명을 투입해 A 군 부모의 범죄행동분석에 나서고 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