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이란으로… 기업 진출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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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의 대 이란 제재가 17일 전격 해제된 직후 이란 테헤란 현지 상점가는 경제 활성화 기대감으로 구매 인파가 대거 몰리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AP연합뉴스

"세계 가스 매장량 1위, 원유 매장량 4위, '자원 부국' 이란을 잡아라."

미국 등 서방의 대(對) 이란 제재가 17일 전격 해제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이란 공략 드라이브'가 잰걸음을 하고 있다.

내달 한·이란 경제委 재가동
사절단 파견·포럼 개최 예정
건설업계 수요 회복에 반색
원화계좌 개설, 결제 지원도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란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에 따라 원유,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해운, 귀금속 등의 품목에 내려진 대(對) 이란 거래 금지 조치가 모두 풀린다. 다만 거래 금지 품목인 무기 등 전략 물자는 국제사회의 합의 수준에 따라 해제 범위 등을 별도로 정한다.

사실상 일반 품목의 교역 장벽이 사라지면서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한 정부 지원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정부는 2006년 중단된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오는 2월 말께 재가동한다. 한·이란 경제공동위는 장관급 협의 채널로 양국 간의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정부는 경제공동위 개최에 맞춰 이란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해, 현지 기업 상대 포럼 및 수출상담회도 열 계획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란 제재 해제에 대비해 여러 채널의 교두보를 마련해왔다. 지난해 8월 민관경제대표단을 이란에 보내 정부 서한을 전달했다. 코트라(KOTRA)는 지난해 9월 이란진출기업지원센터를 신설해, 현지 시장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3년 만에 무역보험 등 이란 수출금융 지원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에 대한 이란의 분위기도 긍정적이며 원유시설 등 노후한 건설 인프라와 관련한 교체 수요도 많다"며 "저유가라는 변수가 있어도 이란 시장이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고 내다봤다.

경제 제재 해제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업계는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반색하고 있다. 이란은 제재 이전에 한국의 해외건설수주액으로 전체 나라 중 6위(중동 국가 중 5위)를 차지했지만 제재 이후 수주액이 17위(중동 국가 중 8위)로 추락했다.

건설업계는 오랜 제재로 기반시설이 낙후한 이란이 제재가 풀리면서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뿐만 아니라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 건축 공사도 대거 발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을 1천300억∼1천450억 달러로 추산한다. 이란에서 공사를 해왔던 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 등은 경제 제재 해제를 계기로 신규 수주 참가 가능성을 타진할 방침이다.

한편, 대 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이란과 금융거래 때 필요한 한국은행의 허가는 즉각 중단됐지만 결제는 당분간 원화를 이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 법령 때문에 달러화 사용은 계속 금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결제 애로를 없애기 위한 보완조치로 국내은행(기업은행,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를 개설해 대이란 수출입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도록 해 교역 피해를 줄일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원화 결제 시스템은 환위험이나 수수료도 없어 우리 기업에도 이득"이라며 "향후 미국, 이란 정부와 협의해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를 활용할 수 있는 결제체제를 구축해 이란과의 교역·투자 정상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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